손흥민·지동원 … 독일선수 같은 정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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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에서 선수(1965~77)와 감독(93~94, 96), 회장(94~)을 지낸 독일의 축구영웅 프란츠 베켄바우어는 인터뷰 내내 상기된 표정이었다. 뮌헨이 이번 시즌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것에 대한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오종택 기자]

‘카이저’(황제)는 과연 카이저였다. 현역 때의 강건한 모습으로 종횡무진 세계를 누비고 있는, 세계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프란츠 베켄바우어(68·독일). 3일 서울 성북동 주한 독일대사관저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그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바이에른 뮌헨이 지난 1일(현지시간) 최초로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하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데 이어 DFB(독일축구협회) 포칼컵(독일 FA컵)마저 거머쥐는 트레블(3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기쁨을 그대로 드러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선수와 감독·회장을 지낸 그는 이 클럽과 동일시되는 축구 영웅이다. 그는 “올해는 최고의 해”라고 밝게 말했다.

 베켄바우어는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은 끈기가 있고 다채로운 플레이를 펼쳐 현지에서 인기가 높다”며, 5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에서 벌어지는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한국의 선전을 기원했다. 그는 독일 정부의 ‘대십자 공로훈장’을 받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했다.

 -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성공 비결은.

 “2011~2012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잉글랜드팀 첼시에 패하고 보르시아 도르트문트에게 2년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빼앗긴 것이 큰 자극이 됐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유프 하인케스 감독과 마티아스 자머 단장이 1등 공신이다.”

 - 독일팀인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유럽 최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붙는 등 독일 축구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세대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덕분이다. 뮌헨의 필립 람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토마스 뮐러, 도르트문트의 마리오 괴체, 마르코 로이스 등 젊고 기술이 뛰어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등장했다. 독일 클럽들은 약 10년 전부터 일종의 훈련센터인 인터나트에서 재능있는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잘 키워왔다. 성인뿐 아니라 U15·U18·U19 등 청소년 선수 양성도 잘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거라 생각한다.”

 - 독일 대표팀은 1990년 이후 월드컵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선 우승이 가능한가.

 “통계적으로 지금까지 남미에서 열린 대회에서 유럽 국가가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런 일이 일어날 거다. 독일을 비롯, 스페인·이탈리아·잉글랜드 등은 우승 실력을 갖춘 가능성 있는 팀들이다.”(베켄바우어는 74년 멕시코월드컵 땐 선수로, 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땐 감독으로 우승했다. 그와 브라질의 마리오 자갈로 둘만이 가진 진기록이다.)

 - 분데스리가 등 유럽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평가하면.

 “함부르크의 손흥민, 아우크스부르크의 지동원·구자철 등은 움직임이 좋고 다양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정신력이 뛰어나고 독일 선수들처럼 포기를 모른다. 유럽 구단들은 열심히 뛰는 아시아 선수들을 좋아한다. 한국이나 일본 선수들이 톱 리그와 톱 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 2013~2014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이 펩 과르디올라로 바뀌는데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올 시즌 트레블을 달성하는 등 모든 것을 이뤘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는 타이틀 방어에 주력해야 한다. 선수나 시스템을 바꿀 수도 있지만 지금도 너무 잘 돌아가고 있어 굳이 바꿔야 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글=한경환 선임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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