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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일자리 원칙은 ‘나누기’보다 ‘늘리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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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고용률 70%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예산 6조원을 투입해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고용친화적인 정책의지는 바람직하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면서 일자리 늘리기는 어렵고, 그나마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서라도 고용률을 끌어올려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64.2%인 고용률을 5년 내 70%로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지금의 경제 체질로는 향후 5년간 8%대의 경제성장을 해야 넘볼 수 있는 수치다. 지나치게 목표에만 집착하면 질 낮은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오히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해야 한다. 공공부문이 아무리 선봉대 역할을 한다 해도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한번 늘어난 공공부문만 공룡화되는 ‘파킨슨 법칙’이 걱정된다. 지금은 기업들이 해외보다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도 무너뜨려야 한다. 노·사·정의 고통 분담 없이는 아무리 화려한 시간제 일자리 로드맵도 신기루에 불과하다. 이런 난제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각오 없이는 어떤 고용 대책도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모색하되 거시적으로는 경제성장과 규제완화의 근본적 해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용률 목표에 매달려 기업들을 지나치게 압박하면 고용의 질 악화→생산성 하락→성장잠재력 훼손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고용 흡수력은 산업별로 엇갈린 지 오래다. 생산자동화와 노동대체 효과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고용 탄성치가 훨씬 높다. 직종별로는 사무·영업직보다 생산직의 고용 흡수력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은 이해집단의 반발에 밀려 서비스산업의 규제완화에 실패했다. 박근혜정부가 진정 고용률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서비스업의 과감한 규제완화에 도전해야 한다. 사실 독일·네덜란드의 일자리 나누기는, 사회적 타협에 익숙한 독특한 토양 위에서 이뤄진 극히 예외적인 성공 사례다. 길게 보면 역시 일자리 원칙은 ‘나누기’보다 ‘늘리기’가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