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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찬란한 산호밭에 잃어버린 계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해저에는 여름이 없다. 더위를 피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더위가 가신다.
고설군 죽왕면 오호리 3킬로미터 앞바다. 「에어탱크」를 점검, 풍덩 수중에 뛰어들었다. 20피트, 30피트. 육신은 바다에선 한 알의 돌멩이. 침전되면서 수압은 배가 된다. 자꾸 내려갈수록 고막은 터질 듯 아프고 턱이 오므라지는 것 같더니 금방 눈알이 튀어나올 듯한 중압감이 든다.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이런 느낌일까. 짐짓, 속세의 사념을 잊기로 했다. 드디어 발에 무엇인가 닿았다. 지각이다. 수심계는 70피트「마지널」. 한줄기 냉수대가 샘물을 끼얹듯 온몸을 휙 스쳤다.
오리발을 천천히 흔들어 앞으로 헤엄쳐 나갔다.
순간 물안경에 비친 눈앞에 화려한 정원이 전개됐다. 흡사 이건 어느 고풍한 저택안의 잘 다듬어진 화단. 산호조(조)는 눈부신 붉은 빛. 바닥엔 녹조가 금잔디처럼 깔려있다. 아늑하기 이를 데 없다. 정원에 드러눕듯 산호주위에 몸을 뉘었다. 「무례한 침입자」에 놀라 몇 마리의 이름모를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차며 도망쳤다. 사실은 착실한 원정의 마음인데…. 밤송이 같은「성게」가 입을 오물거린다.
너무나도 찬란한 빛, 빛. 「카메라」는 원정의 가위. 여기 저기 빛을 잡기 위한 단장의 손질을 했다. 해저의 정원을 거니는 동안 그곳엔 여름이 없었다. 오히려 추워서 못 견딜 듯한 느낌. 오리발을 찼다. 위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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