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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희망의 계단 「코리언」의 해외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원시의 거목에 문명의 톱날이 파고든다.
『부르릉!』
한두번의 작은 폭음이 「정글」에 메아리치더니 「체인·소」(기계톱)는 회색 연기를 뿜는다.

<강렬한 수액내음>
한아름의 톱밥을 갉아내기 20분, 대여섯아름은 됨직한 거구의 「멜란티」(나왕목)가 『쾅!』하고 쓰러졌다.
잘라진 둥치에서 풍기는 강렬한 적도의 수액내음은 가슴을 메운다.
북위2도7분 동경112도35분. 「사라와크」땅 「스와이」강상류, 우리의 해외개발투자 첫 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벌목작업장. 마내인 화교 「다야크」족 「이반」족 등 현지사람들은「코리언」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손이 바쁘다. 외국자본의 투자시장으로만 되어오던 「코리아」.
이젠 우리도 해외 저개발국에 우리자본을 직접 투자, 해외개발에 눈뜨게 되었다.

<63년에 톱질시작>
우리자본의 동남아 진출은 지난 63년에 착수한 신흥개발(김태성)의 「사라와크」 산림개발을 시초로 금년 들어 부쩍 늘어 지금은 「인도네시아」(수산·산림) 「싱가포르」(수산), 「말레이지아」(수산) 등에서 산림 및 수산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다.
이밖에 월남에 대한 여러업종의 진출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유사이래 처음인 해외개발투자는 이미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출혈을 당하고 있으니 그 전도는 어둡지는 않다.
월남진출「붐」이 일기 훨씬전인 지난 63년에 신흥개발은 1백50만불의 차관(미국FNCB)으로 「사라와크」에 진출, 5년째 벌목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종 80%는 나왕>
「바람」강, 「수와이」강, 「틴자」지구 등의 「정글」 11만3천7백 에이커의 벌채권을 받아 이미 그 절반 가까운 5만5천 에이커를 개발했다. 금년 7월말 현재까지 11만톤의 재목(80%가 나왕)을 벌채, 전량 국내에 도입했다. 「사라와크」 현지에는 30명의 신흥개발직원들이 2백50여명의 마내인 및 화교인부를 고용, 일당 6∼7불씩 주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남은 축적은 약60만톤, 3분의2이상은 「틴자」지구에 있는데 앞으로 4년은 걸려야 벌채가 끝난다.
이곳의 수종은 80%가 「멜란티」, 나머지는 「캄풀」(잡목)이다,
「사라와크」개발에서 벌어들인 것은 3백30만불, 차관액은 전액상환했으나 신흥개발측은 l2억원의 부채를 안은채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 「정글」 원목은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합판의 원료가 된다.

<차관은 다갚고>
합판은 우리의 수출품목중에서는 가장 비중이 커 금년상반기중 2천5백43만불을 수출했다. 이 가운데 대미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어서 2천3백89만불(금년 상반기)을 차지했다.
작년 한햇동안 우리나라 목재 총수요는 2백43만6천입방미터, 이 가운데 1백62만1천입방미터를 외국서 수입했다.
앞으로 10년이내로 우리나라의 목재수요는 배가될 것으로 예상, 75년내에 가서는 3백만입방미터의 공급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정부당국은 보고있다.
국내 임상으로는 이같은 엄청난 수요를 공급할수 없고 특히 합판용재 특수대경재 등은 종래 주요공급원이던 「필리핀」의 자원고갈로 세계각국은 목재의 처녀지인 인니의 「칼리만탄」으로 집중되고 있다. 한편 「칼리만탄」엔 남만개발이 동남부 「칼리만탄」 25만헥타르의 산림벌채허가권을 얻어 금년 9월부터 벌채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최초 2년간은 3백만불. 성과가 좋으면 앞으로 10년간에 걸쳐 4천8백만불(회전)을 투자할 계획.
정보당 축적(1백50입방미터) 작업조건수송장비(캐터필러·롤차) 등 조건은 신흥개발보다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의 목재전문가들은 「남방」의 임지는 항구까지의 거리가 25킬로나 되므로 항구연안강을 끼고있는 3만헥타르의 인니인소유임지를 사들이지 않고는 수로를 이용할수 없어 도로개설에만 수백만불이 더 들어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목재분야뿐아니라 우리의 해외 개발사업은 그 「이니셔티브」를 민간기업인들이 행사해 왔다.
현재까지 동남아에 진출한 신흥개발·신흥수산·남만개발·아진수산 등은 한결같이 자기자본의 충분한 바탕이 없이 수억대의 사차, 억대의 은행융자에 의존하는 자본구성이 말이 아닌 상태.
사업착수초기 1, 2차연도까지는 상당한 출혈을 각오하고 대자본의 힘을 아낌없이 구사하는 것이 외국기업들의 해외투자 형태인데 우리의 경우는 거의 정부지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착수 초기부터 은행관리를 받는 결과를 낳았다.
신흥개발의 경우 자체자금의 결핍으로 63년에 사업착수, 64년 5월에 정부관리, 65년 4월부터 68년 6월까지 산은관리를 받아왔다.
정부 또는 은행이 너무나 깊숙이 경영에 관여한 결과는 자금관리에는 철저했겠지만 사업의 「밸런·시트」에는 적자운영을 면치못하게 했다는 업자의 주장.
우리의 해외진출은 아직은 이렇게 난점이 허다하다. 그러나 월남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일대에 널리 뻗기 시작한 우리의 앞날이 결코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이런 난관과 애로가 밝혀진 이상 그것을 극복하고 넘어갈 자질이 우리에겐 충분히 있기때문에-.
「사라와크」에서 글 송평성기자 사진 이종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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