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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활동 금지기간의 만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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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른바 정정법에 의한 정치활동금지 기간이 15일 밤 12시를 기해서 만료됨으로써 마지막까지 이 법에 의해 정치활동의 자유를 억제당했던 70명의 인사가 6년5개월만에 다시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 법은 『정치활동을 정화하고 참신한 정치도의를 확립한다』는 명분아래, 5·16직후인 62년3월16일 당시의 국가재건 최고회의가 제정, 공포했던 혁명입법이요, 제3공화국의 헌법조문에서까지 그 개폐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못박아 놓을 만큼 5·16혁명의 특이한 체취가스 민법률이었던 것이다.
이에즈음하여 느끼는 감회는 그 당시의 혁명주체세력이나, 이 법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마 국민의 기본권의 일부를 박탈당했던 총4천1백92명의 「구 정치인」이나 또는 일반국민 할 것 없이 저마다 색다른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국민이 공속적으로 느끼는 감회가 있다면, 소급입법이라는 과오를 범하면서까지 만들어 낸 이런 법률의 제정이 다시는 이 땅에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간절할 따름일 것이다.
건국20년이라는 그다지 길지 않은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 볼 때 우리는 이와 같이 불행한 소급입법의 과오를 세번씩이나 되풀이 해왔다. 건국직후인 1948년9월에 공포된 「반민족행위자 특별처벌법」과 4·19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정된 1960년10월의 「반민주행위자 처리법」, 그리고 5·16의 소산인 전기 「정치활동 정화법」등은 하나같이 그 법을 제정해야할 필요성이나 대의명분이 비록 뚜렷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격앙된 여론과 흥분된 사회분위기를 배경으로,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한 소급입법의 과오를 범했다는 점에서 우리헌정사상 씻지 못할 오점을 남긴 것이라 하겠으며, 또 결과적으로도 그러한 입법취지의 성취는 커녕, 도리어 민족의 분열과 상호불신, 정치보복행위의 악순환적 반복등 달갑지 않은 부작용을 파생시키고 흐지부지 소멸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점 세번씩이나 되풀이된 민족적 불행을 통해 우리는 이제 다시는 그러한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할 것을 역사적 교훈으로 터득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해금되는 70명의 인사들의 향배에 관해서는 지금 구구한 억측들이 유포되고 있을 뿐 아니라 또 일부 국민가운데에는 이들의 정계복귀로써 당장 정계에 어떤 신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는 측도 없지 않은 듯 하다. 우리는 6년반이란 짧지 않는 기간동안 부조리하게 기본권을 제약당했던 이들에게 국민으로서 측은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으나 그들의 향배여하로 자동적으로 정계에 어떤 신풍이 불 것이라는 견해에는 가담 할 수 없다. 우리는 다만 그들이 겪은 6년여의 각고가 이 나라 민주정치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빌면서 그들의 자중자애를 바라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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