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력난 대책, 발상의 전환을 할 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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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호 02면

여름철 전력난이 국가 현안으로 급부상했지만 정부는 해결 방향조차 설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올 초 정부는 2013~2027년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원전 건설은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결정을 미룬다고 발표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진 데다 최근의 잦은 원전 사고가 겹쳐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더구나 이 계획에는 설계 수명이 종료되는 기존의 원전 8기 전부를 재가동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마저 원전 추가 건설 같은 기본 방향을 확정하지 못하고 갑론을박을 계속하는 실정이다. 이 계획은 당초 7월께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러야 9~10월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몇 년째 반복되는 전력난에 대처하려면 한마디로 공급을 확 늘리거나, 수요를 확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그간 우리는 원자력발전 덕에 산업화를 이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일과 프랑스·독일보다 값싼 산업용 전력을 공급해 기업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전기료도 주택용이 제일 비싸고 산업용이 더 싸다. 오죽하면 일본 기업들 가운데 전력 소비가 많은 알루미늄 캔 업체 등은 한국에 와서 생산 코스트를 낮추고 있을 정도다. 그래선지 전력 사용량 가운데 산업용은 55%인 반면 주택용은 18%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2000년대 중반부터 전기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게 됐다. 원전 안전 문제가 부각돼 입지 선정과 추가 건설이 어려워진 데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2004년 예비전력 비율은 34.7%였던 게 2012년 3.8%로 뚝 떨어졌다. 툭하면 예비전력 비율이 4% 이하로 떨어져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항상 블랙아웃(대정전) 공포에 떨고 있는 판이다.

전력난을 단기적으로 해결하려면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게 맞다. 이를 위해선 세계에서 가장 싸다는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물가 안정과 선거를 의식해 손을 놓아 왔다. 주택용보다 산업용 요금을 대폭 올려야 하지만 기업 경쟁력 추락을 감안해 이 역시 용단을 내리지 못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블랙아웃 우려는 절전운동 등으로 넘긴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차제에 원전 건설을 둘러싼 국민투표 실시도 한번 검토할 만하다. 그러기 위해선 원전 주변 지원책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냉·난방을 위해 전기가 아닌 천연가스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 등 발상의 전환을 다양하게 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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