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초산·정로환이 기가 막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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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는 계절에 따라 방문하는 환자도 다르다. 봄철에는 건조증이나 알레르기 환자들이 많지만, 여름이 오면 피부 진균(무좀 등) 감염 환자가 갑자기 늘어난다. 무좀은 직업상 정장 구두를 신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그럼 왜 여름에 무좀이 심해지는 걸까. 핵심은 온도와 습도다. 사실 계절에 상관없이 곰팡이 균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 여름철은 무좀 균이 번식하기 좋은 온도와 습도가 된다. 특히 구두 속의 발과 사타구니가 가장 좋은 환경이다.

 흔히 무좀은 치료가 잘 안 되는 질환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무좀은 항진균제를 쓰면 치료가 잘 된다. 요즘 나온 약들은 부작용도 거의 없다. 그런데 치료가 잘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다시 감염되는 경우(재감염)가 많기 때문이다.

 재감염은 재발과는 다르다. 재발은 치료가 덜 됐기 때문에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 것이고, 재감염은 완전히 치료가 됐지만 주위에 있는 진균에 의해 새로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무좀이 재발한다고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재감염이 잘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주변에 진균이 아주 흔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구두 속이나 욕실 입구 발판 등에는 진균이 우글거린다고 보면 된다. 방바닥에도 숱한 진균이 존재한다. 환경만 맞으면 언제든지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진균이 좋아하는 환경이 갖춰져 재감염이 더 잘 된다. 특히 발은 땀이 나고 덥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남성의 사타구니도 균 감염(샅 무좀)이 잘 일어난다. 특히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남성에게 흔하다.

 재감염을 막기 위해선 예방이 중요하다. 무좀 균은 습도와 온도가 높을수록 잘 번식하므로 구두나 신발 안이 건조하도록 자주 말려준다. 욕실 발판 등도 햇빛에 자주 말린다.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샤워를 자주 한다든지, 양말을 자주 갈아 신든지, 신이나 구두를 매일 갈아 신으면 좋다. 샅 무좀이 있는 경우는 의자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 사타구니 부위에 환기를 시키면 도움된다. 또 무좀은 가족 간에 흔히 전염되므로 가급적 초기에 치료해 다른 가족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 흔히 빙초산·정로환 등 각종 자연 식물 추출물을 사용하는데, 나름 일리가 있는 방법이긴 하다. 무좀의 원인균인 피부사상균은 피부 각질층에 존재하는데, 빙초산 등 강한 산은 이 각질층 자체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각질층에 포함된 무좀 균이 같이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피부에 상처를 입혀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민간요법이 성행했던 이유는 과거에 항진균제가 잘 안 듣고 부작용이 많아서였다. 하지만 요즘은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거의 없어 굳이 민간요법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항진균 연고나 경구복용약으로 2주 정도면 완치가 가능하다.



강진문(46) 피부과 전문의. 분당 차병원 교수 역임. 화상 흉터 치료법인 ‘핀홀법’을 개발해 화상환자 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저서 『메디칼 바디 케어』가 있다.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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