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잔여입장권 매표소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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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빅매치도 없는 부산 사직야구장 매표소가 때아닌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과 폴란드의 D조 첫 경기 잔여입장권 3천여장의 판매가 4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들은 부산 시민 1만여명이 전날 저녁부터 사직구장2층매표소 주위를 가득 채운 것이다.

입장권 판매가 시작될쯤 판매소 좌.우측으로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서너줄씩 각각 1~2㎞정도 늘어섰으며 이후에도 계속 줄을 지었다.

이와같은 일은 이번 월드컵 입장권판매 대행사인 영국 바이롬사가 3일 오후에야 입장권 잔여판매를 밝혀 이날 저녁 9시뉴스와 인터넷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어졌다.

그와 동시에 부산 각지에서 남은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직구장2층매표소앞은 밤새 장사진을 이뤘다.

부산 가야동에 산다는 김종석(30)씨는 "어제 9시뉴스를 보고 여동생과 같이 와서 밤을 꼬박 세웠다"며 "오후 9시30분쯤 도착했는데 벌써 5백여명이 모여있었다"고 말했다.

피로한 얼굴의 고경민(29.금정구 장전동)씨도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티켓을 판다는 글을 봐서 바로 달려나와 앞줄에 설 수있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입장권을 첫 구매한 손영수(29.부산 남산동)씨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하려했어도 어려웠다.

비록 운좋게 입장권을 구매했지만 판매사의 부실로 이런 법석을 떤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다"고 밝혔다.

또한 앞줄에서 입장권을 구한 50대의 중년 남성은 "7만6천8백원짜리 두장을 사서 40만원에 금방 팔아버렸다"며 집으로 향했다.

구한 표를 흔들며 당당히 "20만원에 사세요"라고 외치는 젊은이들도 보였다.

늦게야 도착해 인파에 놀라 줄서기를 포기하고 암표를 사는 사람들도 눈에 띄였다.

사람들이 모여 혼란이 예상된다는 소식에 동래경찰서와 북부경찰서 전경 7개중대 8백여명이 이날 오전 2시부터 출동,질서유지에 나섰다.

또한 외신 기자들도 모여들어 취재경쟁을 벌였다.일본 교도통신의 미치오카 주니치 기자는 "일본도 이런일이 있을까 모르겠다"며 "이 일은 전적으로 바이롬사의 책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사람당 두장 이내로 판매된 이날 입장권은 모두 3천여장으로 3등석(7만6천8백원)은 오전 11시45분,2등석(12만8천원)은 오후12시30분,그리고 남은 1등석은 오후2시5분에 모두 매진됐다.

표가 매진됐다는 방송이 나오자 한때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일 기세를 보이던 시민들도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이런 상황의 발생에 대해 월드컵 조직위관계자는 "입장권 판매는 전적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와 그 대행사인 바이롬사의 일이라 잘모르겠다"고 밝혔다.

부산=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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