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처녀 행차의 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오늘의 유쾌한「뉴스」는 단연 한국여자농구「팀」의개가이다. 금년을 고비로 「스타·플레이어」들이 술술 다빠져나간 한국「팀」의처녀행차는 별로 인기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북에서 ABC대회(「아시아」여자농구 선수권대회)가 있었던줄도 모르는 「팬」들이 태반인 것만 보아도 알수있다.
일본 「팀」과의 마지막 결승전은 처음 2분간 「침묵경기」가 계속되었다. 양쪽 선수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나를 상상할수 있다. 일본「팀]중엔 지난번「체코」대회에 출전했던 노련한 선수가 무려 6명이나 끼여 있었다고 한다. 그때 일본은 우리의 2위와는 먼 발치에 떨어진 5위의 실력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대회에 출전했던 뚝심은 더없이 귀중한 잠재실력이 될수도 있다.
그들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우리「팀」속엔 「체코」세계대회는커녕, 국외대회에는 경험조차 없는 「풋내기 처녀」들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신화같은 박신자며, 김추자등 「스타·플레이어」들이 한명도 끼여 있지않았던 것은 인상적이다.
이번「팀」의 평균연령은 불과 20세. 박신자「팀」이25세였던 사실과는 눈에 띄는 터울이다.
선수의 나이가 젊다는것은 그만큼 유망주라는뜻은 되지만 원숙한 경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번「팀」속엔 1백78·77센티의 장신「멤버」가 3명이나 포함된다. 박신자의 키가1백76센티이던 것과는 역시 대조적이다. 그러나 산전수전의 경험이 부족하면 아무리 장신이라도 경기장에선 「난쟁이」의「콤플렉스」에 빠져버린다는것이 초보자의 절실한 체험담이다.
이번 대북대회는 한낱 정상재패의 환호로 감동을 다할 일은 아니다. 그들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트레이닝」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교훈해주고 있다. 이「코치」의 술회(월간중앙8월호)를 빌면, 종래 한국여자농구선수들은 많은 경우에 무릎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꾸준
한 「트레이닝」 위에서 기본체력에 의존한 경기가 아니라 벼락치기로 승부급조연습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구의 방식에서조차 또한 우리는 국산식처방을 갖고있지않다. 「패스」가 토막토막 끊어지는 미국식이었다. 그것은 워낙 1백90센티급의「장다리」에 적합한 기법인것이다. 이번경기에는 개인기의존식도, 미국식도 아닌 「제3의식」이 동원된것도 같다. 어느면모로는 민주식「팀웍」의 승리라고나 할까. 마음이 든든해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