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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들샘만세| 온마을이협동작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나주군남평=김석성기자】천재(천재)는 인재(인재)라고 했다. 연이태째닥친 가뭄으로 들판이 거의 황토일색이 되어도 곳에따라 인지와 노력이 초록빛 논을 이뤄놓았다.
그것은 주위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마치 사막의「오아시스」….
전남나주군남평면엔 가뭄속에도 화기가돈다. 남평은 잇단 가뭄에도 지칠줄 모르는 의지로 가뭄을 이긴 마을. 30일현재 83·9%가 모내기를 끝냈다.
「드들강」(지석강)상류주변 1백여정보의 메마른 들은 밤낮으로 파낸 40개의 들샘덕분으로 가뭄을 모르는 올답이 되고있다.
예로 부터 여섯 용이 들위 하늘에서 노닌다해서 육룡평이라 불릴만큼 수리도 좋은 들이다. 그런 들도 올해는 가문 하늘에 바닥을 드러냈다.
가뭄과의 싸움은 처음 수원리수청부락에서 시작됐다. 마을의 신두환(40) 김한련씨(43)가
6월들어 갈수록「거북등」이되는논바닥을 보고앉아만 있을수없지않느냐고나섰다. 마을사람들도한톨이라도더거두려면땅을파야한다는것에만장일치로의견을모았다. 6월27일 김한련씨는 동네앞 개천의 맥을따라 구덩이를 팠다. 한군데, 두군데, 세군데…그러나 모두 허탕이었다. 샘파기는 보통 한구덩이에 5미터내지 6미터 깊이로 땅을 파는 고된 작업. 동네사람 50여명이 들샘파기를 번갈아 거들었다.
어려움에 곧잘 견딘다는 남평사람들의 기질이 이번 가뭄에도 잘 나타났다. 전남지방엔『삼성(장성 곡성 보성) 삼평(남평 함평 창평)사람들이 앉은자리에선 풀도 안난다』는말이
있다. 그중남평사람들도 한몫낄만큼 여간 고집이 아니라는것.
이렇게하기를 닷새째, 네번째 구덩이에서 보그르르하며 흙탕물이 용솟았다. 마을사람들은 삽과 꼭괭이를 집어던지고 환호를 올렸다. 바로 이 들샘하나로 김씨네는 15마지기의 논에 물을댔고 주변6정보에도 한달째가넘는 이날까지 허덕이는 목을 축여주고있다. 『난장에서 밤새우기를 스무날이나 했읍니다』-그러면서도 김씨는 이제는 걱정이 없다는 표정이다.
35마지기의 대농인 김덕주씨(57)도 모내기처음부터 들샘으로 물을댔고 교원리방축부락 장길운씨(45)도 들샘파기에 성공했다. 김씨는『구덩이를파느라 집에서 따로차리고 있던장사마저 때려치웠다』고 했다.
수청부락 90호의 식수도 요새는 양수기「파이프」를통해 뿜어나오는 들샘물로 공급된다. 식수뿐 아니라 멱을감고 채소를 씻고 심지어 빨래까지도 들샘물로 전부쓰고도남을 지경이다. 마을안의 물걱정은없어도 남평사람들의 가뭄걱정은 여전하다. 이웃이 잘살아야 우리도 마음놓고 살수있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는 노력으로 가뭄을 몰랐지만 이이상더 가물면 지하수의 물줄도 달릴까 걱정되고. 지금도 하루에 몇번씩은 물을 못뿜어올리는 양수기가 기침을 쿨룩거리는것처럼 헐떡거린다.
마을 사람들은『당국이 이런때 착정기라도 빨리 대주었으면 좋겠다』고하소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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