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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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근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비상금으로「버스」를타고 오는 길이었다. 「버스」가 청주시가를 떠나 한적한 농촌한길을 달리고 있을때 어미닭이 병아리 몇마리를 데리고 다니며 모이를 찾고있었다. 「버스」소리가 나자 어미닭은 달아나고 병아리는 미처 못피했다. 그러자 차는 사정없이 지나가 버렸다. 선뜻 불안스러운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니 병아리 두마리가 무참히 깔려 있었다.
○…나는 순간 운전사에게 증오감마저 들었다. 다른 승객들도 병아리가 깔렸다면서 못마땅한 혼자말들을 하였으나 운전사는 무슨 상관이냐는듯 거침없는 기색이었다. 물론 병아리 임자가 즉시 발견했다한들 달아나는「버스」를 보고 어쩔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리 작은 짐승인들 어찌그럴수가 있단말인가? 「클랙슨」을 울려 잠깐 멈추는듯만 했어도 병아리의 생명은 건져줄수있었을 것이다. 얼마전 신문에서 미국의 교통순경 얘기가 난것을 읽은 기억이 난다. 「워싱턴」번화가에서 갑자기 모든차량의 긴급정지신호가 내렸다. 운전사들이 의아하게 바라보니 교통순경이 길을 못건너서 초조한듯한 고양이를보고 건너가도록 길을 내주기 위해정지신호를 내렸던 것이다. 길이 틔자 고양이는 기다렸다는듯이 뛰어갈때 모든 운전사들은 박수을 쳤다는 것이다. 정류소에서 내려 집까지 오는동안에도 병아리가 자꾸 마음에 걸려 괴롭기만했다. <연두순·충북 괴산군 회평읍 사곡리1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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