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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허의 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는분은 알터이지만 청허라면 휴정 서산대사의 자호이다. 임진왜란때천오백승려를 이끌고 나라와 백성의 위급을 막은 그의 명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는것으로 안다.
그의 전기를 더듬다가한즐기 시원한 바람을일으키는 그의시를 음미하고 싶은 생각이 났다.
발백심비백 고인주도설 금청일성조계 장부능사필.『머리는 희지만 마음이희지않네. 일찌기 옛어른하신 말씀을 지금한마디 닭의 울음소리에서듣네. 장부의 일이 이제야 끝났도다.』
불법을 배우기 시작한이래 휴정스님은 명산을 편답하다가 어느 촌락에 이르러 닭의 울음소리를듣고 별안간 깨친바가있어 욺은 시라고 전해진다.
그는 오래 향산(묘향산)에서 오로지 수도에만 전념했으나 공연히따르는 이가 많아 쓸데없는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때 스님이 향노봉에 올라 읊은 시에 이런것이 있다만국도성여질의 천추낭걸등"학계 일노명월청허침 무한송풍운부제
『만국의 도성은 개미둑 같고, 천추의 흥걸은 술단지속 작은 벌레와같구나, 창가의 명월이 청허한 베개를 베고 누우니 끝없는솔바람에 그운이 고르지를 않네.』
청허란 그의호는 이 시에 유래하는 것같지만, 이시의 꼬투리를 잡아한요승이 무언함에 따라, 스님은 옥에 갇히는 변까지 당했다. 다행히선조가 평소 스님의 덕성을 알고 있었으므로 도리어 그의 후대를 받는 계기가 되기는 했으니 말이다.
선조가 대 (죽) 를 그려 하사하자청허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소상일지죽 성주봉단생 산승향자처 섭섭대추격. 『경치좋기로 이름난 소상의 대한가지가성주의 붙끝에 생겼구려, 산승이 향을 피우니 잎마다 추성이로소이다. 선조도못지않은멋장이이다. 섭자호단출 근비지면생 월내무견영풍동부문성. 『잎은 붙끝에서 나온것이요. 뿌리는 땅속에 있지 아니하니 달이비쳐도 그림자가 없고. 바람이 동해도 소리가 풀리지 않소이다』
이기영<동대교수·인도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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