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타열전 (79) - 배리 지토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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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토의 진면목은 다시 만난 양키스와의 AL 디비전시리즈에서 또 한번 펼쳐졌다. 디비전시리즈 3차전 마이크 무시나(33)와의 맞대결은 그야말로 근래 보기드문 명투수전이었다. 특히 이 경기는 현역 최고의 커브를 가진 좌우투수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비록 호르헤 포사다(30)의 솔로홈런 한방과 상대투수 무시나의 또다른 혼신의 피칭에 그의 호투는 빛을 잃어버렸지만 빅리그 2년차 답지 않은 그의 소름이 돋을 정도의 노련함과 대담함은 당대 최강인 양키스의 타선을 다시 한번 농락하기에 충분했다. (8이닝 2안타 1실점, 1홈런, 6삼진)

사실 지토는 랜디 존슨(38, 애리조나 D-백스)과 같은 불 같은 빠른 공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의 공은 말그대로 날카롭다. 그의 직구 평균 구속은 90마일 초반에 불과하지만 제구력이 동반되어 있고, 공 끝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컷패스트볼같이 변화하기 때문에 공략하기는 난감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샌디 쿠팩스 이후 최고의 커브를 가진 좌완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커브는 큰 낙차 외에도 횡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자칫 타자들이 빠지는 볼로 판단하기 쉽지만 어느새 낮게 파고들어 서서 삼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가 영건 3인방 중 가장 강력한 구위를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이유도 바로 이 커브 때문이다. 또한 직구와 함께 사용하는 체인지업 역시 타자들을 압도하는 또다른 주무기이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그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베짱이라 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 올랐음에도 전혀 눈깜짝하지 않고 상대를 요리하는 그의 모습은 차라리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의 모습이라 해도 믿을 수 밖에 없다.

그의 무리없는 안정된 투구폼 역시 그의 장점이다. 젊은 투수들에게 있어 무리한 투구폼이 종종 부상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그의 부드러운 투구폼은 그가 부상없이 오랫동안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 예상케 하는 요인이다.

지토는 그의 자유분방한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타 연주에 즐기고, 서핑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토는 MLB라디오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Go surfin' with Zito)을 진행하는 한편 비시즌 동안에는 발레 무대에 출연하기도 하는 등 연예인적인 기질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초반 부진했을 때 느닷없이 머리카락을 파랗게 물을 들이는 한편 얼마전부터는 그의 우상 엘비스를 따라 갈기머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악 모터싸이클에까지 재미를 붙였다고 전한다.

또한 그는 원정에 나설 때는 늘 어머니가 만들어준 핑크색 베게와 테디 베어 곰인형을 같이 가지고 다니며, 경기 전에는 꼭 30분씩 요가를 하며 몸을 풀곤한다. 과연 이만큼 개성만점의 메이저리거가 있을까?

2002시즌 5월 17일(한국시간) 현재 지토는 9경기에 등판하여 4승 2패, 방어율 3.69로 영건 3인방 중 유일하게 자기 몫을 하고 있는 선수이다.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지난 해와 비교할 때 무난한 출발이라 할 수 있으며 시즌 후반기에 유난히 강한 그의 특징을 살펴볼 때 지난 해 이상의 활약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장기계약을 맺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었던 그는 얼마전 어슬레틱스와 총 4년간 930만달러(2006년 구단옵션 포함)에 이르는 장기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로서 지토는 영건 3인방중 어슬레틱스와 장기계약을 맺은 마지막 선수가 되었다.

메이저리그 3년차 선수에게 장기계약은 드문 일이라 할 수 있지만 그의 현재 모습을 볼 때 계약내용이 오히려 헐값이라는 생각까지 들 게 한다.

그의 구질만큼이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배리 지토. 그의 연예인적 기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들이 많다. 하지만 그가 연예인이면 어떻고, 머리를 빨갛게 하면 어떤가. 결국 야구선수는 실력으로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배리 지토(Barry Zito)

- 1978년 5월 13일 생
- 188cm, 95kg
- 좌투좌타
- 소속팀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2000 ~ 현재)
- 통산성적(5월 17일 현재): 58경기 28승 14패, 336탈삼진 144볼넷 방어율 3.32
- 주요 경력
2000년 7월 22일 메이저리그 데뷔
2001년 8월,9월 연속 ‘이 달의 투수(Pitcher of the Month)’선정

이석무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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