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서 만난 「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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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경=조동오특파원】일본의 한모녀가 오랫동안 동경해오던 한 한국가수를 만났다. 가수는 동경에 체류중인「패티·김」, 모녀는 작년5월 한국에서 23년만에 돌아온「하시모도」(교본희미자·40)부인과 딸「요오꼬」(양자·18)양. 이들은 지난27일 동경「빅터·레코드」의「스타디오」에서 감격적인 대면을 했다.
「하시모도」부인은 8살때부터 평양에서 살다가 8·15종전을 맞았으나 일본에 있는 친척들이 전화를 입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머을러 있다가 6·25사변이 나자 서울로 남하했다. 전란통에 그녀는 남편과 부모까지 잃었다.
「요오꼬」양은 일본 모신문사에 친척을 찾아달라는 한국어로 쓴 편지를 보내어 작년5월 「도꾜」에 고모가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귀국했다. 그러나 꿈속에도 그리던 고국은 막상 돌아와 보니 냉랭하기만 했다. 서울에서 여고를 나온「요오꼬」양은 일어를 전혀 몰랐고 친구도 없었다. 「패티·김」의 노래가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패티·김」양이 왔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고 견딜수 없어 신문사에 글을 보냈습니다. 정말 그를 만났다는 일이 거것말만 같아요.』서투른 일본말로「요오꼬」양은 흥분했다.
「패티·김」도 『한국을 이렇게 잘 이해하고 내 노래를 아껴 주는 사람을 만나 기쁘다.「레코드」가 완성되면 꼭「프레센트」하겠다』고 재회를 약속했다.
현재 남편인 길옥윤씨와 함께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패티·김」은 「빅터」에서 노래를 취입하고 있다. 「나혼자만의 월츠」가 이달에, 한국어 LP판 「한국 히트송 앨범」이 8월에 발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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