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어두운 나세르 방소|대량군원 유치실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동전쟁에서의 굴욕적인 참패에 상심하고 있는 「이집트」가 크게 기대를 걸었던 「모스크바」소련=「이집트」정상회담의 결과가 신통찮을 것 같다. 지난4일「모스크바」를 방문한 「가말·아델·나세르」 「이집트」대통령은 소련지도자들과의 일련의 회담을 마친 후「이스라엘」에 점령된 통일 「아랍」공화국 영토의「실지해방」을 위해 소련이 지원해 주기로 다짐 했다고 밝은 빛을 보였다.

<실지회복 지원막연>
그러나 소련의 지원이 어떤형태를 취할것인지 분명치 않은 데다가 당초 2일간의 「모스크바」방문계획을 수정하면서 2,3일 더 그곳에 눌러있겠다고 「나세르」가 시사한 것은 내실 막대한 군원유치를 마음 속에 그렸던 그의 기대가 크게 어긋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계전사상 가장 짧다는 작년 6월의 중동 6일전쟁에서 손바닥만한 크기의「이스라엘」의 날카로운 선제 공격 앞에서 「이집트」는 체면 같은 것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일패도지가 됐었다.
활주로에서 떠보지도 못한 채 약4백대의 정예를 자랑하는「제트」기를 잃었을 뿐 아니라「가자」지구 「시나이」반도와 「요르단」령 「예루살렘」까지 숙적「이스라엘」에 빼앗긴 원한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실지회복을 위해 그 동안 특히 소련으로부터 꾸준히 군원을 얻어왔다.「이집트」의 패전이래 「이스라엘」과「이집트」간의 세력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아랍」공화국이 잃어버린 「제트」기 전차등의 무기를 도맡다시피 하면서 다시 대어준 소련이기는 하나 공격용 중장비를 달라는 「나세르」의 요청을 소련지도층은 쌀쌀하게 물리쳐왔다.

<겉으로 뜨거운환영>
「모스크바」에 들른 「나세르」를 소련수뇌인 「레오니드·브레즈네프」공산당 제1서기와 「알렉세이·코시긴」수상은 겉으로는 지난달 비동맹 세력의 지도자로서의 「나세르」에 대해 베풀어 준 것에 못지 않은 열렬한 환영을 베풀어 주었다.

<유도탄 관리권 소에>
그러나 소련이나 「이집트」의 어느쪽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이집트」군원에 대해 어느정도 합의를 보았는지를 전연 비치지 않고 있어 두 나라간의 이 문제를 둘러싼 이견의 폭은 좀체로 좁혀지지 않고 있는 느낌을 주고있다.
소련은 「나세르」정부에 제공해 주기로 되어있는 단거리 사격용 지대지유도탄에 대해서도 그 관리권만은 소련인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이집트」측으로서는 심히 불쾌한 조건을 붙이고 있다.
이는「이스라엘」의 침략주의를 묵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중동 전쟁때 「이스라엘」과 단교한 소련이 말만은 언제나 「이스라엘」규탄, 「이집트」지원 이지만 행동은 매우 신중히 취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과의 세차례의 전쟁에서 언제나 패자가 되어 버린「이집트」가 네 번째의 전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다시 중동에서 전단이 벌어진다면 소련의 개입, 그리고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의 개입으로 결국 미·소의 대결이 되는 것을 소련은 몹시 싫어하고 있는 눈치이다.

<휴양계획마저 취소>
사방이 「아랍」의 물결에 둘러싸여 자나깨나 멸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이스라엘」은「프랑스」로부터 중거리용 지대지유도탄을 도입했으며 미국으로도 멀지않아 「호크」지대공유도탄과 F4「팬텀」「제트」전폭기를 공급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이 나라의 모든 신경은 「아랍」세계의 움직임에 쏠려있다.
「크리미아」반도에서의 휴양 계획을 취소하면서까지 소련지도자들과 비밀회담을 계속하고있는 「나세르」의 중동 해결 안이 어떤 것인지는 앞으로 10일에 발표 될 것으로 보이는 두나라 공동성명이 있기 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을 같다.

<중동해결에 새국면>
다만 중동문제해결에 새로운 국면을 터놓을 것으로 보이는 한가지 사실은「이집트」외상 「모하메트·리아드」가 최근 「코펜하겐」에서 『「아랍」세계가 「이스라엘」의 파멸을 요구한 것은 큰 잘못이며 우리는「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주장했다는 보도이다. 만일 「티아드」외상의 이와 같은 주장이 앞으로의 대「이스라엘」의 외교 정책에 반영된다면 두나라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새로운 실마리가 찾아 될지 모른다.
『「이집트」는 24시간이면 「이스라엘」을 바다 속에 쓸어 넣을 수 있다』는 「나세르」의 호언장담이 어린이의 잠꼬대에 불과했다는 엄숙한 현실을 「나세르」가 솔직히 받아들인다면 중동분규해결의 전망은 전보다 밝아질 수 있다.
중동 「유엔」평화군의 철수가 중동전쟁의 근원이었음을 인정하는지 「이집트」는 「유엔」평화유지군의 부활을 환영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눈에 티를 넣는 수작』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아랍」점령 지역으로부터의 철수를 규정한 「유엔」안보리의 중동평화 안전을 일축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주장과 직접 협상을 거부하는 「이집트」의 고집간에 어떤 타협이 발견되지 않는 한 중동평화에의 길은 조금도 가까워 질 수 없다.<신상갑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