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리 엿먹으라는 식의 태도" 불쾌감 거칠게 표출한 통일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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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사진) 통일부 장관은 29일 “북한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 변화할 것이란 기대를 한다면 그건 신기루를 쫓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당국 간 실무회담을 갖자는 우리 제의를 거부한 북한에 보낸 강한 메시지다. 류 장관은 이날 A4용지 5쪽 분량의 입장을 정리해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 기자실을 찾은 뒤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우리 측 회담 제의엔 호응하지 않은 채 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과 6·15 공동행사 카드를 꺼냈다. 정부와 공단 입주기업 간 틈 벌리기를 노린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류 장관은 “개성공단 문을 닫게 만든 북한이 이제 와서 병 주고 약 주고 하는 식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 기업인의 공단 통행을 제한하고 북한 근로자를 모두 철수해 가동을 중단시켜 놓고 최근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류 장관은 “민간도 야당도 정부와 합심해 같은 목소리를 내야 북한이 착각과 미망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고 ‘북한은 원래 그런 집단’이라는 식으로 하면 남북관계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북한의 전술에 말려 정부에 방북 허용을 압박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린 말이다.  

류 장관이 북한에 경고성 언급을 한 것은 북한의 태도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의 한 강연에서 류 장관은 “제가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고 언급한 다음 날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건 속된말로 ‘통일부 엿 먹어라’고 하는 식의 태도”라고 말했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를 써야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쓰면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오후 기자간담회 때 류 장관은 “내가 좀 거친 표현을 썼다”면서 “북한이 사실과 다른 말로 우리 기업인들을 선동하고 있어 상황을 정직하게 보자는 취지에서 직접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개성공단 국제화 문제까지 계획했는데 거기에 (북한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불쾌해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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