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 … 적자 공공병원 '수술' 확산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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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폐업이 결정된 경남 진주의료원 입구에 ‘폐업에 따른 출입금지’라고 쓰여진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진주=송봉근 기자]

경남 진주의료원이 29일 문을 닫았다. 지난 2월 26일 폐업방침 발표 이후 92일 만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이날 “진주의료원이 부채 279억원을 안고 있는 데다 매년 40억∼60억원의 적자로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자구 노력 없이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노조의 모습에서 정상화의 길을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진주의료원은 자치단체에 의해 강제 폐업된 최초의 공공병원이 됐다. 진주의료원은 1910년 진주 관립자혜의원에서 출발했다. 경남도는 이날 진주시보건소에 폐업을 신고했다. 영업(의료행위)을 중단하는 폐업은 신고서 제출(의료법 제40조)로 마무리된다. 진주의료원은 지난 4월 3일 이후 휴업상태였다. 도는 노조원 70명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환자 3명에겐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부지·건물 매각 등 의료원 해산 절차는 아직 남아 있다. 해산을 명시한 ‘경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경남도의회에서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다음 달 11~18일 열릴 임시회에서 이를 처리하기로 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전국 34개 의료원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자치단체마다 의료원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34개 의료원 누적적자는 2011년 말 현재 5140억원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올해 초 홍준표 지사의 도 산하 공공기관 구조조정 일환으로 추진됐다. 공공기관 통폐합을 통해 2017년까지 도 채무(1조3488억원)의 절반을 갚는 등 재정 건전화 차원이었다. 여기에 경영이 부실한 진주의료원 폐업도 포함됐다.

 진주의료원은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전국 의료원 평균(69.8%)보다 높은 구조였다. 인건비 비율은 2011년 77.6%, 지난해 82.8%를 기록했다. 지난해 의료수익 136억원 가운데 135억원이 인건비·복리후생비로 쓰였고 약품·재료비 등 69억원은 부채로 남았다. 진주(인구 34만 명)는 인구 50만 명의 옛 창원시보다 665병상 많은 의료서비스 공급 과잉 지역이었다.

 경남도는 “2008년 이후 노조에 46차례 경영개선을 요구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예산 176억원 지원조건으로 경영진단도 제안했지만 노조 측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의 해방구”라며 강성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진주의료원 폐업방침에 보건의료산업노조와 시민단체, 야권 등은 일제히 반발했다. 의료원 사수 투쟁과 홍 지사 퇴진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 폐업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추진도 검토 중이다. 도의회 야당의원 모임인 민주개혁연대는 다음 달 임시회에서 의료원 해산을 명시한 조례안 처리를 저지하기로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유지현 위원장 등 노조 간부 등 조합원 60여 명은 의료원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의료원 신축 이전에 따른 지역개발기금 차입과 환자수 감소, 연간 30억원인 감가상각비 등이 적자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임금체납과 6년간 임금동결, 31명 명예퇴직 실시합의 등 경영개선을 실천했다고 반박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진주의료원 문 닫기까지

▶ 2. 26 = 경남도, 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

▶ 3. 7 = 의료원 해산 조례안 입법예고

▶ 4. 3 = 5월 2일까지 휴업 발표

▶ 4. 12 = 의료원 해산 조례안 의회 상임위 통과

▶ 5. 1 = 퇴직자 111명 임금 지급, 휴업 한 달 연장

▶ 5. 23 = 도의회, 해산 조례안 6월 임시회 처리 결정

▶ 5. 29 = 경남도,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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