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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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 것이 양산화돼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특색은 개인이나 집단이 그 양속에 파묻혀 흔히 자신의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농후하다는것이다. 해방후 급진적으로 팽창한 우리나라 교육이 이러한 양산화경향 속에서 그 자신의 위치나 원래목적을 잃어버리게 된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필연적인 추세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은 원래가 이념지향적인 것이기 때문에 전체사회의 움직임 속에서 가누어야할 그자신의 올바른 자세나 이념자체를 상실했을때 한나라의 교육은 이미 그「레존·데틀」(존재근거)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49년12월 교육법이 공포시행된 이후 어언 2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혹은 「새교육」이라하고 혹은 「홍익인간교육」이라 하는 이념자체의 정립조차 하지못한채 날이 갈수록 양산교육의 병폐만을 두드러지게 노정시켜왔음은 사리의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으나 「국가만년대계」를 위해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가운데 박대통령은 4일 권문교에게 장기적이고 건전한 국민교육의 방향정립과 시민의 건전한 생활윤리및 가치관확립을 위한 「교육장전」의 제정을 지시하고, 그것이 『우리의 근대화나 국가만년의 대계를 세움에 있어 극히 중요한 일』이라고 부연한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된것만을 가지고서는 아직 그진의를 정확히 촌탁키는 어려운 것이라 하겠으나, 우리는 박대통령의 이러한지시가 오늘날 목표와 방향을 잃고,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는 정평이 있는 우리 교육계에 청신한 바람을 부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그의 지시는 신청와대대변인의 부연설명에 비추어 다분히 우리교육에있어 종래 망각되다시피하고 있던 시민교육 내지 사회교육기능의 강화를 역설한 것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종래 각급 학교 교육이 그 교과과정이나 교수방법에 있어서의 허다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결국 상급학교진학을위한 맹목적 준비교육장으로 전락하여, 당국이 장학목표로 내세운 「생산하는 교육」 「건전한 학풍의 수립」등이 유명무실화했던것은 결국 그 근본요인을 따지고 보면 우리교육에 있어서의 이와같은 사회적 측면의 철저한 외면에 있었던 것임을 누구나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지적해야 할 것은 이러한 취지의 교육장전이 제정됐다고하여 교육이 그대로 그 본래의 자세로 돌아가는 데에는 역시 허다한 문제가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교육의 사회적 측면을 중요시해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 자체의 교육적 측면이 위정자와 모든 지도층 인사들의 자각에 의해서 순화되고 올바르게 평가될 수 있을때 비로소 교육은 정상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교육은 장래할 사회의 이상적인 원형을 중심으로, 개별화되고 자유적인인격을 판찍는 창조활동이라는 점에서 그 이상적인 원형을 그려낼 교육장전같은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그러한 원형의 틀을 잡아주는것이 바로 현재의 사회라는 점에서는 교육을 담고있는 사회자체의 순화 내지 교육지향적인 개조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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