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나간 아내 찾아내라"|처가 셋방 폭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7일 하오8시40분쯤 서울 종로구 명륜동3가 61의2 박길원씨(60)집 아래채에 세든 박금순여인(52) 방에서 박여인의 사위 유연근씨(52·전안양수리조합·춘천시)가 10파운드 가량(경찰추산)의 TNT를 터뜨려 박여인의 아들 이윤재군(18·동성고2년)과 유씨가 현장에서 숨지고 유씨의 아들 윤복군(7)이 서울대학병원에서 숨졌다.
또 유씨의 딸윤옥양(5)과 박여인등이 중화상을입고 서울대학병원에 입원중이며 주인 박씨의 처 홍실단여인(52)이 얼굴과 등에 파편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박여인이 세든1간짜리방이 폭삭내려앉고 옆방과 위채인 주인방도 형체만 남은채 벽과 문·가구등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사고현장은 형체조차 알수없게된 유씨의 박살난 시체가 내려앉다남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창경원 뒷담에 붙은 부엌쪽에 이군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으며 두채의 집안팎은 튕긴 피와 살점으로 범벅을 이뤘다.
주인 박씨의 처 홍여인의 말로는 이날 하오6시쯤 두어린아들과 딸을 데리고 검은 여행용가방1개를 들고 박여인집으로 찾아 온 사위인 유씨는 별다른 내색도 않고 박여인에게 딸 이순재여인(32)을 찾아내라고 말싸움을 시작,『모른다』는 박여인의 말에『찾아내지 않으려면 두아이를 맡아 기르라』고 조르더라는 것.
이군이 울며불며 함께 울고있는 애들을 보고『아버지하고 가라』고 소리치고 얼마후『윤재 정말 이렇게 나오겠니』라는 유씨의 외마디소리가 들린후 유씨가 밖으로나와 변소쏙으로얼른거린 불과몇초후「융!」하는 소리에 이어「꽝」하는 무거운 폭음이 터지며 산지 박살이나 더라는것이다.
경찰조사로는 유씨와이 여인은 10년전 안양에서 동거하기 시작했고 심한 나이차이 때문에가정불화가 잦았다는것인데 두아이의 어머니인 이여인이 4개월전 행방을 감춰버렸다는 것.
한편 주택가로 밀집해있는 현장주변에는 초저녁의 폭음에 놀러뒤쳐나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간첩의 소행일것으로 속단한 일부시민들은 공포에 질려 어쩔줄 몰라했으며 경찰고위간부와 무장기동타격대가 출동하는등 군경의 긴장이 한때 극도에 달했었다. 죽은 이군은 학교성적도 우수했으며 지난해 4월 어머니 박여인과 함께 단두식구로 전세 6만5천원을고 이집에 이사왔다는 것.
경찰은 시체를 동부시립병원에 안치, 유씨가 사용한 폭약의 정확한 종류와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