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도 드라마 대장금 인기 끌어 한국 음식·옷·화장품 승산 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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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사업하려면 현지 사업 파트너의 국적부터 확인하세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압둘 살람 알마다니(57·사진) 인덱스홀딩 그룹 회장이 밝힌 ‘UAE 진출’ 조언이다. 1928년 설립된 인덱스홀딩은 컨벤션·헬스케어·무역 등을 망라하는 업체다. 그는 2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UAE 경제협력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알마다니 회장은 “UAE에는 전 세계 200여 개국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며 “현지 파트너가 UAE 국적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정부 사업 입찰 등에서 불리할 수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파산 직전까지 추락했던 UAE 경제는 최근 빠른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만큼 우리 기업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알마다니 회장은 “UAE에는 제조 기반이 모자라기 때문에 한국이 다양한 품목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UAE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 대해 자동차와 전자제품만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음식·옷·화장품·의료장비 등도 관심이 커지고 있어 유망한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 옷을 입은 여성이 요리하는 모습이 나오는 한국 드라마’(대장금)와 ‘뽀로로’ ‘뿌까’ 등 한국 캐릭터가 UAE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2003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알마다니 회장은 지금까지 국내 대형병원과 헬스케어 산업 교류를 위해 수십 차례 한국을 찾았다. 한국과 UAE의 최초 합작 병원인 ‘두바이 삼성 메디컬 센터’도 그의 작품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최근 현지에서 철수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료 산업 교류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의료산업경영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한국이 의료관광 산업을 더 키우려면 아랍어에 능숙한 한국인들을 병원에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영국에선 자국에 사는 아랍인을 고용해 병원에 배치했지만 이들은 통역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동에서 온 의료 관광객이 진료 후 쇼핑·관광·문화체험까지 할 수 있도록 한국 사정을 잘 아는 한국인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마다니 회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한국 사랑을 강조했다. 그의 장남도 자신의 권유로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고려대 경영대학원(MBA)을 다녔다. 가족들에게 ‘미국 디즈니랜드를 왜 가느냐. 대신 한국에 가서 에버랜드와 제주도를 방문하라’고 권유할 정도로 한국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런 그가 한국 정부에 쓴소리도 했다.

 “포럼 준비 과정에서 대한상공회의소 말고는 한국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부족했어요. UAE에서 국무장관과 경제부 차관을 포함해 150여 명의 투자자들이 왔는데 오늘 행사장에는 외교부 관계자만 왔더군요.”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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