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과거 씻고 새 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폭력배들을 각 건설공사에 보내는 경찰의 1차 호송작전은 24일 상오 끝났다. A급 폭력배 1백34명은 22일 밤10시 열차 편으로 서울을 떠나 23일 하오5시 부산에서 도라지호편(선장 김정환·42)으로 다시 제주도까지 14시간30분의 항해 끝에 무사히 취역장에 닿았다. 또 B·C급 80명은 23일 하오1시 버스 편으로 서울을 떠나 소양강「댐」공사장에 닿았다.
【제주=손석주·송영학 기자】도라지호는 24일 상오8시 김상복 내무차관 등 많은 인사의 환영을 받으며 제주항에 도착했다. 곧 l백34명의 폭력배들은 제주출신 39명과 합쳐 제주부두 입항 창고 마당에서 국토건설단 환영식을 가졌다.
김 내무차관 최종성 건설부차관 구자춘 지사 및 3백여 명의 제주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결단식을 올렸다. 이 자리에서 김 차관은 『어두운 과거를 씻고 참된 인간으로 새출발하기』를 이들에게 당부, 약 30분 동안 인수인계를 끝내고 한라산 중턱 상수도 공사장에 짐을 풀었다.
이에 앞서 22일 경찰은 부산행 제15보통급행열차에 이들의 호송을 위해 3량의 객차를 전세 내어 서울의 A급 폭력배 치기배 91명과 경기도의 18명 모두 1백9명을 태우고 밤10시 서울역을 출발, 대전에서 또 A급 25명을 태우고 23일 상오7시15분 부산역에 도착했다.
곧 이들은 부산역에 대기중인 군「트럭」 5대로 부산항에 정박중인 부산∼제주 정기 여객선 도라지호 3등실에 수용됐다.
도라지호에는 곧이어 부산의 A급 28명 경남의 9명이 합류했다.
【춘천=금창태 기자】23일 하오l시 B·C급 80명이 소양강「댐」공사장을 향해 서울을 떠났다.
호송경관 30명과 함께 3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하오5시쯤 춘천에 도착했다. 5대의 군용「트럭」에 갈아타고 이날 하오 7시15분쯤 강원도 화성군 간동면 공사장에 닿았다.
현장에는 이들보다 앞서 이날 상오10시30분 부산지구에서 온 60명, 대전지구에서 온 20명 등 모두 80명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었다.
B지구로 알려진 이곳에는 1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44개가 마련돼 있었고 겸감급을 대장으로 한 90명의 경비경관이 철조망 주위를 5미터 간격으로 지키고 서 있었다.
이들은 24일부터 작업에 착수, 시설용량 20만킬로와트의 소양강「댐」 건설을 위해 춘천∼양구 사이의 도로를 없애고 춘천 북방 30킬로에 있는 새로운 산간도로 춘천∼오음리 사이(16.8킬로)를 맡게 된다.
【제주=손석주 기자】제주 수원지시공자 삼부토건측은 새로 건설사업에 투입된 노동력이 파업을 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많다면서 일당 2백80원씩 주면서까지 굳이 말썽많은 이들을 쓰기를 꺼려하고 있다는 눈치이다.
폭력과 날치기 등으로 노동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이 파벌을 지어 조직적인 파업을 하거나 도망칠 경우 회사측은 경비시설이 없을 뿐 아니라 경찰도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