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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눈속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안성에서 쌀장사를 하는 이씨는 지난4월 서울의 쌀값이 가마당 4천4백원씩 치솟는것을 알고열차에 30가마를 싣고왔다가 헛수고만했다.
서울중앙시장의 J미곡도매상에 10가마를 넘겼는데 말로 되어보니 5말이 모자랐다
이씨가 재미를 못보게된 이유를 알게 된것은 한달뒤인 5월초순 서울시의 부정계량기 일제단속에서 J미곡상이 적발된 뒤다 J미곡상은 말위에달린 쇠로된 테를반쯤 올려 말당 5흡정도 더들어가게 했던것이다.
이런 예는 상인들끼리 거래할 때 쓰이는 극히 드문예이고 넓은 의미의 부정계량기는 기계를 고치거나 잘모르는 손님들의 눈을 속여정량보다 적게 달아주는것.
작년1년동안 서울시가 검사한 5만6천개의 계량기중 부정계량기는 10%가넘는 5천7백여개.
행상들이 주로쓰는 대저울은 추를 단 끈의 넓이를 굵게해서 저울눈을가리는 수법과 저울눈 이상인쪽으로 그려있으므로적게 단뒤 손님쪽으로 돌릴 때 숙달된 솜씨로 추끈의 위치를 옮기는 수법등이 많이 쓰인다.
시계저울은 저울속의용수철 탄력을 줄이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인데 「바나나」상이나 포도상등 계절적인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은 저울속에있는2개의 용수철중 1개를 떼어내어 1킬로그램짜리를 2킬로그램으로 달리게하여 검사원들을 놀라게 했다.
대자를 사용하는 포목상들은 대자의 가장자리를 타원형으로 깎아 끝부분을 기준으로 재는가하면 자의 뒤편을 깎아내어 활처럼 쉽게휘게하고 재기도한다.
말이나 되는 윗부분의 쇠로된 테를 깎아내는것과 속에다 「베니어」를까는 것 또는 속에 마늘즙이나 송진을칠해 겨를 두껍게 붙여놓는 것등이있다.
자동차의 「미터」기도 완전한것은 아니다. 「미터」기가 뒷바퀴의 회전수에 따라 올라가는 것이므로 바퀴가 상하지 않을정도로 알맞게 바람을 빼놓으면 바퀴의 지름이 작아져 많이 돌게하는 모한(?)수도있다.
저울위에 미리 그릇을 올려놓고 0점을 맞추지 않는상인, 물에 젖은 내장을 많이주는 정육점등 손님들의 눈가림 수법은 상당히 발달돼있는데 서울시 산업국장 장지을씨는 『강도와 다름없는 이들 얌체상인을 막는길은 철저한 감시뿐』이라고 말한다.
「미터」법이 실시된지 3년째 접어든 이제 미터법을 제대로알고 일일이 물건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세를 갖추게되면 최소한 눈속임수만은 막을수 있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말이다.
현재 부정계량기를 쓰는 상인들은 계량법에따라 2년이하의 징역이나 5만원이하의 벌금을 내게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약간의 벌금으로 석방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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