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비밀 알아야 부동산 대박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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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리츠운용회사(주)코람코의 김대형(41) 이사의 대학시절부터의 화두(話頭)는 ‘주택’이다. 꼭 전공(서울대 건축학과 80학번) 때문만은 아니다. 김이사가 대학시절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주택의 정치사회적 의미’였다. 이공대생이었지만 주로 인문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친구들과 어울렸다.

이들과 만든‘주택문제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국내 최초로 ‘불량주택지’실태를 조사했다. 이 조사는 비록 대학생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지만 한국의 도시빈민을 연구하는 데 없어서는 중요한 자료로 당시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투자일을 하지만 그 때는 사회정치적 의미를 더 많이 두었던 시기죠.” 대학원을 마친 후에도 그는 자연스레 부동산쪽 일을 선택했다. 부엌용 가구를 만드는 한샘에 입사, 원룸(one room)사업을 기획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기획만 하다 끝났다. 한샘이 상장시 유입된 자금으로 부동산 사업을 하려했지만 상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SK건설에 입사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그의 부동산 인생이 시작된다. SK건설 주택사업부에 그는 대전엑스포 아파트의 부지선정에서부터 분양사업에 참여하는 등 주로 주택 및 개발사업에 몸을 담았다. 93년에는 삼성건설로 자리를 옮겨 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외자 유치사업을 전담했다.

기획에서 수주·사업성 검토 그리고 분양까지 주택과 관련한 일체의 프로젝트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IMF사태 발발 이후에는 국내 최초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외자유치를 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일본의 종합상사인 니쇼이와이로부터 당산동 재건축 아파트의 이주비 부분을 투자받았다.

재건축 아파트의 이주비라는 게 건설회사가 은행으로부터 꾸는 돈이라는 인식을 처음으로 바꿔 놓았다. 이런 그의 경력 때문인지 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최고의 분석 능력을 가진 인물로 그를 꼽는다.

그러나 그의 주택인생은 삼성물산에서 멈춘다. 삼성물산에서 외자유치를 하면서 부동산 개발이든 기획이든 핵심은 ‘돈’에 있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부동산과 금융업무를 동시에 하기 위해 아더앤더슨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더앤더슨에서 그의 역할은 부동산 컨설턴트였다.

안전장치를 원하는 투자자들과 어떻게든 싸게 자금을 조달하려는 개발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조율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현재 김이사는 부동산 리츠인 코크랩 1호의 운용을 맡고 있다. 주택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결국 부동산 투자의 꽃인 부동산 리츠의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 재건축·재개발투자는 프리코스닥 투자와 같은 개념

여기서 그의 개인적 이력을 잠시 뒤로 미루고 개인 투자성적표를 들여다 보자. 간단히 말해 그는 성공한 부동산 투자자다. 그가 처음 투자한 것은 당산동의 한 아파트였다. 지난 89년 당산동 22평 아파트를 5천5백만원에 샀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가진 돈이라곤 1천만원밖에 없었습니다. 86년부터 89년까지 한샘에 있으면서 주택에 대한 분석을 많이 했었죠. 당시는 경기가 살아나는 시기였습니다. 수요·공급을 보거나 시장가격을 볼 때 무리해서라도 사야 겠다는 판단을 했죠.”

그는 이 아파트를 2년 뒤에 1억1천만원에 팔았다. 겉만 놓고 보면 두 배의 수익률을 올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의 투자수익은 10배다. 비밀은 ‘레버리지’에 있다.

“지식과 분석능력이 있으면 레버리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죠.” 이 아파트의 전세금은 3천만원, 그는 전세를 끼고 2천2백만원에 이 아파트를 산 것. 수중에 돈이 주식 판 돈 1천만원 밖에 없어, 잔금을 치룰 때 나머지 돈은 은행에서 대출받아 충당했다.

결론적으로 1천만원을 투자해 2년 후 1억원 가까이를 번 것이다. “저와 비슷한 처지의 미혼 남자들은 1천만원밖에 없으면 1천만~2천만원을 받아 전세를 들어갈 생각을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레버리지의 비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의 또 다른 투자성공담은 세간의 화제가 된 대치동 주공아파트다. 그는 지난 94년 경기가 바닥을 찍고 살아날 조짐이 보이던 시기, 이 아파트를 2억6천만원에 샀다. 당산동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전세금’이라는 레버리지를 이용, 8천만원에 이 아파트를 샀다.

지금까지 그는 이 아파트를 팔지 않고 있다. 무려 8년 동안 이 아파트를 들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소개로 이 아파트를 같이 샀던 친구들은 가격이 두 배로 뛰자 팔고 나왔지만 그는 끈질지게(?)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재건축에 들어간 이 아파트의 시세는 현재 11억원 정도한다.

왜 그는 팔지 않았을까. “당시 저는 강남에 아파트를 사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대치동 34평 주공아파트의 시세는 2억6천만원이었는데 제가 보기엔 너무 저평가되어 있었습니다. 대치동에 땅을 사려면 평당 2천만원이 들어가는데, 이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6백만원이었습니다. 3~4배는 더 가격이 올라도 전혀 문제될 거 없는 아파트였습니다.

게다가 재건축 연한인 20년이 넘은 아파트라 재건축이 된다면 제 가치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죠.” 이외에도 그는 두 곳의 재개발 아파트 등에 투자했다. 물론 빼어난 수익률을 거뒀다.

그는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위치’의 두 가지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투자는 결국 시간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경기기 살아나기 전에 사서 경기가 살아난 후 파는 것이 부동산 투자의 제1막 제1장 이라는 것. “부동산은 불황기에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부동산을 사서 보유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게 부동산 투자죠.” 두번째는 위치다. “주변 시세 형성이 높게 되면 투자가치가 높은 아파트라 할 수 있습니다. 항상 주변시세와 땅값을 살펴봐야 합니다.

주변 시세와 투자대상 아파트의 가격차가 크면 클수록 당연히 투자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재건축과 재개발에 투자할 때는 시세비교뿐만 아니라 땅값도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그가 일반인들에게 권하는 부동산 투자 노하우다.

그는 향후 2년간 부동산 시장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금리상승의 여파를 줄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 대출 부담이 커지는 반면 경기상승으로 투자자들의 구매력이 증가해 지금과 같은 가파른 상승세는 없겠지만 쉽게 가격이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젠 펀드매니저로 살겠다’

그의 현직은 코람코의 투자운용팀장이다. 부동산의 펀드매니저다. 김이사는 리츠를 ‘제4의 금융상품’으로 정의한다. “기관투자가든 개인투자자든 이젠 리츠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을 보더라도 연기금 등 대형 투자기관들은 모두 10% 안팎의 부동산 뮤추얼펀드를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는 추세입니다.” 부동산 뮤추얼펀드인 리츠인 일반 주식 처럼 상장돼 사고 팔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주식과 다르다는 게 김이사의 설명이다.

“리츠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표시하는 증서죠. 일반 주식과 달리 최악의 경우라도 절대 휴짓조각이 되는 법이 없습니다. 부동산이 남아 있으니까요.” 때문에 리츠는 채권투자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 안정성을 갖고 있는 투자상품이다. 그리고 주식처럼 하이리턴 하이리스크 투자처도 아니다. 일정 정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기엔 리츠만한 상품이 없다는 게 김이사의 얘기다.

“리츠는 미래지향적인 투자상품입니다. 주식과 예금 그리고 부동산이라는 재산 3분법은 낡은 생각이죠. 이젠 리츠를 포함시켜 4분법 포트폴리오를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그는 두번째 리츠(코크랩 2호)를 준비 중이다. 오는 8월께에 일반공모를 통해 투자자를 모을 계획이다. 예상 수익률은 연 10%선. 이를 위해 이미 1천억원대 빌딩을 하나 매입해 놓았다.

김이사는 부동산 리츠를 부동산 비즈니스의 최고봉으로 생각한다. 이 속에서 40대 이후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게 즐겁다고 한다. 이제 열린 부동산 리츠시장에서 그가 걸어 갈 행보는 한국 부동산 리츠의 역사와 동일어가 될 것이다.

출처: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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