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국 속의 66회 임시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66회 임시국회가 5일 개회됐다. 그러나 총 규모 3백32억원에 달하는 68연도 제1회 추경예산안 및 농협법·산은법 개정안 등 진급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이번 국회가 경상적인 기능을 발휘하리라고 믿기에는 여러 어려운 객관적 형세하에 놓여있는 듯 하다. 우선 이번 국회의 소집일자 및 의제들을 에워 싼 여·야간의 상반된 태도를 놓고 볼 때, 이러한 전망은 쉽사리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정부·여당의 입장을 살펴 볼 것 같으면 향토예비군의 설치를 뒷 받침하는 예산과 고속도로 건설사업 및 전원개발 등을 위한 소요경비를 계상하고 있는 제l회 추경 예산안은 어떻게든지 이번 회기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태도이다. 따라서 이번 국회는 여당과 10·5 구악부 의원들만에 의해 단독소집이 불가피했을 정도로 대단히 중요한 국회가 될 것이다.
한편 야당인 신민당은 추경예산안 심의에 앞선 일반 국정감사 실시를 들고 나와 여당의 그 같은 국회운영방침과 정면으로 맞설 태도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향군법의 폐기투쟁마저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야가 이번 제66회 임시국회에 임하는 태도는 그 첫 출발부터 평행선을 그리면서 큰 파란을 예상케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여·야당은 각각 착잡한 당내사정을 뒤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는 여전히 제 지능을 다하지 못하고 공전하거나 혼란 속에 함입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번 국회가 또다시 후진적 국회운영의 본보기로 되지 않을 것은 충심으로 희구한다. 그것은 첫째로 입법부의 무한공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만큼, 우리를 에워싼 내외정세가 긴박한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국민이 이 이상 국회의 무위무능상이나 난맥상을 보지 않게 되기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지난 제6대 국회가 변칙, 타락, 혼란 속에서 중요한 역사적인 결정들을 모두 피동적인 태도로써만 처리한데 대해 국민은 씻을 수 없는 불만과 불신을 반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들로서는 개원이래 제7대 국회의 동정을 매우 비판적인 눈초리로 주시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6·8후유증이 몰고 온 오랜 악몽의 시간을 지내놓고도 국민들은 아직 단 한번도 정상적 국회운영의 실태를 목도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른 것은 실로 커다란 국민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이번 국회야말로. 이러한 국민의 국회에 대한 실망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이와 같은 소망은 특히 현금 내외정세의 긴박도에 비추어 더욱 절실한 바가 있다. 우리는 오늘날 국정의 대본을 정치적인 입장의 차이나 의도 때문에 뒤꼍에 돌려 둘 만큼 태평한 환경 속에 살고있는 것이 아니다. 주객을 전도시킨 아니면 국정의 화급하고 기본적인 요구를 외면한 말초적인 시비로 날을 보내고 달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무엇보다도 국회가 그 본연의 모습을 갖추어 정상적인 운영을 하는 실태를 보고싶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야 정치인들과 행정부는 함께 이번 제66회 임시국회가 국민의 기대와 내외정세의 요구를 함께 충족시켜 주는 정상적인 국회가 될 수 있도록 호양과 협조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