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북한에 분노·모멸감 느낀다' 유엔의 중국 외교관이 토로하더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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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숙

“김정은이 고위 군부인사를 중국에 특사로 파견한 건 북한이 뭔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외부에, 특히 미국에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다. (전향적 상황 변화의) 청신호일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바깥과 대화하려는 것은 긍정적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과 3차 핵실험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2087호 및 2094호)을 이끌어냈던 김숙(61) 유엔 주재대사는 최용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을 이렇게 평가했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그를 지난주 만났다.

 외시 12회인 김 대사는 2008년 4월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으로 임명돼 6자회담 수석대표로 활동했고, 2009년 2월 국가정보원 1차장을 맡았다. 2011년 5월 유엔주재 대사로 부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아 최근 유임됐다.

 김 대사는 올 들어 지속된 북한 도발 와중에 유엔 회원국들이 보여준 현장의 강경 분위기를 들려줬다. 특히 과거와 달라진 중국의 태도를 소개했다.

“중국 외교관이 사석에서 ‘인내 한계를 넘었다. (도발하지 말라는) 중국의 설득에 정면으로 도전한 북한에 분노(anger)와 모멸감(humiliation)을 느낀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이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가중처벌할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3월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참하자 “미국의 불순하고 일방적인 조치에 여러 나라들이 놀아나고 있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김 대사는 “(북한의) 그런 표현 자체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듣기엔 굉장히 모욕적인 것”이라며 “제재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매우 단호했고, 우리와 유사한 인식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안보리 2094호 결의안의 효과에 대해선 “제재안이 매우 정교하게 짜여져 북한에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불편함을 주고 있다”며 “제재만으로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줄 순 없어도 핵 개발 속도를 현저하게 늦추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한국이 원하는 만큼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다는 시각에 대해선 “한·미 간에는 ‘찰떡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 ”며 부인했다.

 김 대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외교부 장관이던 2004년부터 2년간 북미국장으로 일하며 반 총장과 호흡을 잘 맞춰왔다. 지난 2월 안보리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그는 “15개 이사국이 한 달씩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는데, 내년 4월 한국이 다시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라며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 이사회 의장을 한국인이 동시에 맡을 수 있는 요즘이 대한민국 다자외교의 황금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눈에 보이게 한국을 편들 수는 없을 테지만 우리가 사무총장의 음덕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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