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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야, 경쟁적 경제민주화 곤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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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6월 임시국회의 대략적인 일정표가 나왔다. 다음달 3일부터 30일간이다. 새누리당·민주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6인이 어제 회동, 합의한 내용이다. 이들은 “여야 공히 민생을 위한 입법을 제대로 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당한 다짐이다.

 이번 국회도 ‘경제민주화 강풍’ 영향권에 있다. 정무위·환경노동위를 중심으로 관련 법안이 봇물을 이룬 상태다. 이른바 ‘남양유업방지법’이 그중 하나다. 야권이 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손해의 3배 범위 안에 징벌적 배상 책임을 지도록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자고 하자 여권도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손해액의 10배까지 배상토록 하자고 나섰다. 통상임금을 두고도 야권은 노동계와 함께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4월 국회에서 넘어온 경제민주화 법안도 있다. 대기업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고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해 국세청이 금융위 산하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한 ‘특정금융거래정보보고 이용법안’(FIU) 등이다.

 그러나 어제 원내대표들의 일성(一聲)에서도 확인되듯 여야 간에 분명한 시각 차이가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우선 과제로 안보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 문제를 든 반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별히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경제민주화를 꼽았다.

 그렇다면 여야가 관련 법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처리하는 게 옳다. 시간에 쫓기듯 결론 낼 일이 아니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보장하진 않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떠올리면 좋겠다. 내년부터 공공기관이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 15세 이상 29세 미만의 미취업자를 정원의 3%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여야 모두 청년실업 문제를 풀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결과가 어떠했는가. 불과 한두 살 차이로 차별받게 된 30대 구직자들이 반발했고 정치권은 뒤늦게 “청년의 범위를 넓히겠다”며 달래려고 애쓰고 있다. 여야가 플래카드까지 내걸며 경쟁적으로 치적으로 내세운 정년연장도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인 게 드러나고 있다. 공기업과 대기업 정규직만 혜택을 보게 생겨서다.

 더욱이 지금은 경제가 불안불안한 상황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보약도 몸 상태를 봐가며 먹어야 한다. 하물며 한꺼번에 과용해서야 되겠는가. 경제민주화도 그런 ‘보약’이다.

 “현재 경제정책 수립 권한은 국회가 4분의 3, 정부가 4분의 1 가지고 있다”고 재경부 차관 출신 국회의원이 토로한 게 지난해다. 그 이후 국회의 비중은 커졌으면 커졌지 줄지 않았다.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신중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