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씨의 탈당과 공화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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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종필씨의 탈당이 확정됨으로써 그는 공화당 의원직과 국회의원직을 모두 상실케 되었다. 며칠전 김씨의 공화당 탈당 의사가 발표된 후 박 총재의 수차의 번의 중용에도 불구하고 그는 초지대로 탈당을 감행했다.
원래가 정치인의 은퇴 성명이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이지만 김씨처럼 젊고 전도 유망한 정치인이 정계 일선에서 아주 물러나리라고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공화당 탈당은 이미 기정 사실이 되었으므로 우리는 이 진실에 근거하여 김씨의 하야와 그에 따르는 공화당의 사후 수습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 김씨는 공화당의 창설자이자 동경의 「넘버·투맨」으로서 리더쉽을 발휘하여 왔고 박 대통령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어 왔다. 이러한 김씨가 그 스스로 만들고 그 스스로 키워 온 공화당과 몌별하는 데 있어서는 어떤 심각한 고충이 있었으리라고 짐작된다. 그것이 무엇이었던가는 김씨 자신이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모든 해석이 억측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김씨가 공화당에서 물러나는 참다운 동기나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이 당을 만들고 이끌어가던 인물이 탈당을 고집하여 이 시점에서 여당내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는 것은 「공당의 공인」으로서 과연 불가피한 처신이었던가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박 대통령과 김씨는 밀접한 혈연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협의조차 없이 종말이 났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김씨는 5·16에 대해서는「무한책임」을 느끼지만 당의장이란 직책상의 책임은 시한적인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은퇴는 무책임한 것이 아님을 은연중에 시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는 현 집권당의 임기가 아직도 3년이나 남아 있어 합심 협력해서 일하더라도 선거 공약을 완수키 어렵다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현실적인 타당성을 지니는 것이 못되지 않겠는가. 그가 5·16의 주체중의 주체로 5·16에 무한책임을 느끼는 것이라면, 5·16군혁의 동지를 중심으로 조직·운영되고 있는 공화당과 끝내 그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치하겠다는 사람은 공생활에 일단 발을 들여놓은 이상 그 진퇴에 있어서도 공사를 분명히 구분 삼이 마땅하다. 만약에 공생활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그 공생활이 자기의 비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생활상의 사명과 책임을 저버린다면 책임 정치의 전통은 결코 확립되지 못할 것이며 이 사회는 정당 정치 대신 개인 플레이가 판을 치게 될 것이다.
다음 우리는 김씨가 떠난 후의 공화당의 운영에 관해 국민적 입장에서 많은 관심을 갖게된다. 공화당이 일관해서 내세워 온 지도 체계가 「박-김 라인」이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김씨의 탈당은 이 체계의 근본적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화당은 이게 심한 진통을 겪지 않으면 안될 국면에 놓여있다. 그나마 주류·비주류간의 대립 형세가 역전된다 하더라도 양자간의 대립 자체는 장기화·잠세화 할 우려가 다분히 있다.
집권당 안에서의 내분의 심화는 재야당의 그것과 달라 정국 불안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 공화당은 이점을 똑바로 인식하고 오늘의 사태를 조성한 근원을 규명하여, 신속한 당풍 쇄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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