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윤중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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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장 7.6킬로. 어떤 뛰어난 조형 예술보다 더 아름답고 장중한(적어도 나에게는) 윤중제 한복판의 정초석에 씌어진 검은 보자기가 박 대통령 내외분에 의해 벗겨지는 순간 나는 울컥 솟아오르는 울음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당초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공사도상에 노도 같은 홍수를 만난다면 한강건설의 장엄한 꿈은 산산조각이 날것은 너무도 뻔했다.
창의가 아무리 뛰어나고 집념이 여하히 줄기차도 성사가 안되는 한 그것은 막대한 재력과 인력의 낭비요 후세의 웃음거리밖에 더되겠는가.
참으로 벅차고 눈물겨운 1백일이었다. 연5만8천4백대의 중장비와 52만명의 인원이 앞을 가릴 수 없는 모래먼지로 뒤덮인 속에서 일사불란 피나는 강행군을 계속하는 백사장에선 나의 감회는 실로 착잡하기만 했다.
「일장공성 만골고」란 옛글처럼 이 초돌관이 부하 공무원이나 수천 노무자들에게 너무나 큰 희생이 아닐는지.
공사판에서 졸음에 겨운 트럭의 충돌 사고가 벌어져 삽시간에 화염이 육중한 자동차를 집어 삼켰을 때, 또 초로의 이종윤 소장이 현장 지휘 중 겹치는 과로로 쓰러져 병원으로 운반되는 핏기 없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자칫 흔들리기 쉬운 마음을 야무지게 되잡아야 했다.
위대한 창조, 위대한 역사의 뒤안길엔 반드시 위대한 희생이 뒤따르는 것이라고 견강부회(?)하면서 자칫 약해지려는 마음에 채찍을 가했던 것이다.
모진 호령을 퍼부었다. 단 한초의 시간 여유를 주지 않았다.
강행, 돌관의 숨막히는 1백일을 넘기고 우리의 슬기는, 우리의 힘은 마침내 위대한 승리를 기록했다.
이제 누백년의 역사 속에 버림받은 한강에는 꿈같은 수중도시가 들어서고 양안에는 아름다운 강변도시가 수도 서울의 비약을 약속할 것이다.
창조와 노력이 없고 희망과 보람이 없는 삶이나 역사에는 뜻이 있을 수 없다.
준공식을 끝내고 돌아와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벅찬 감회를 구태여 억누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동안 피땀을 함께 쏟아 부어준 많은 관계자들에게 오늘의 영광을 돌리면서 내일에의 분발을 다짐한다.【김현옥<서울 특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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