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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주교의 착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천주교 서올대교구에서는 29일 명동대성당에서 신임 김수환대주교의 교구장 착좌식을 성대히 거행했다. 서울대교구는 작년 3윌 노대주교은퇴이후 수원교구장 윤주교가 서리로 겸임하여 왔는데이 착좌식이 끝남으로써 대교구행정권은 김대주교에게 공식으로 인계되는 것이다.
천주교에서 착좌식이란 주교이상의 지위에있는 성직자가 교구장으로서 충만한 권한을가지고 착좌하는 교회의중요한 의식이다. 신부가 주교로 승품되어 교구장에 취임하는 경우에는 주교품계에으르는 성성식과 겸해서 착좌식을 올리게되는것이지만,이번 착좌식의 경우는 새로취임하는 대교구장이 현임주교이기때문에 「대주교직의」 전달이 의식의 중심을 이루는것이라한다.
서울대교구장은 사실상 한국의 천주교회와 천주교성직자를 대표하는 자리인데, 현재 한국의 천주교 신도수는80만명대에 육박,하나의 거대한 종교집단이 되어있으므로 김대주교의 착좌는 비단천주교희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주목할만한 의의를 가진 사건이라 하겠다. 천주교에 있어서 주교의 지위는 평생 보장되는 것이며 교구장으로서의 직분도 본인이 은퇴의 뜻을 표시하지 않는한 종신토록 머무를 수 있는 종신직이다. 이처럼 영광스럽고 교회 내외에 걸쳐서무거운 책임을 진 서울대교구장으로 취임함에 있어서 김대주교자신의 감회는 자못무량할 줄 알지만, 천주교밖에있는 우리로서는 그에게한국천주교의 전진적 발전을위해 다음 두가지 일들을 각별히 요망하고자 한다.
그하나는 천주교자체내부에있어서 일대혁신의운동이 전개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오랜 수난의 역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 뿌리를 박게된 천주교는 해방후 20여년이 지나는 으늘, 양적인면에서는 놀랍도록 굉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양적 팽창은 반드시 질적수준의 향상을 수반치 않았으니이 양자사이의 간격이 여러가지 폐단을 논출 시키고있음을 외면할수없다.
행정면에서 교회관리가 소홀하여 가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다든가, 의식면에있어서 민족화·토착화의「템포」가 느려 많은 평신도에게 불편을 느끼게하고 있다든가,혹은 천주교의 교리를 현대에적응시키는데있어 민활성을잃고 있다든가, 또는 교회의 재정조달에 있어서 외국의존을아직 청산치 못하고 있다든가등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천주교가 40대장녀인 김대주교를 서울대교구장으로 착좌케하여 세대교체를 대담하게 단행한 소이도 추측컨대 필경은 그가 갖고있는 왕성한 활동력과 잠참한 시대감각에 큰 기대를걸고 그로하여금 교회혁신의앞장을 서게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는 보고 있다. 김대주교는이러한 객관적 시대적요청에부응하는데 최선의 노력을다해주기를 바란다.
둘째는 천주교가 사회참여·현실참여문제에 대하여 보다더 적극성을 띠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을 당시 피비린 수난을 겪었고, 많은순교자를 냈던 것은 천주교인으로서는 영광스러운 시련으로서 두고두고 자랑할만한기록일 것이다.
그러나 오랜 수난의 시련때문에 그 신자들사이에 「은둔」의 습성이 생기고 모든 현실문제에 대한 참여에 있어서 매우 소극적인 기풍이 미만하게 되었다는것도 역시부정키 어려운 사실이 아닌가한다.이 점 한국의 천주교는 성직자,평신도를 막론하고 엄중한 자가반생이 있어야 한다. 구미선진제국의사례를 인용할 필요도없이 천주의 복음을 지상에 전하려는 교인들은 자기의 영혼구제와 아울러 지상의 현실사회속에 「신의 나라」를 세우기위해 적극 싸워나갈 의무가 있을 것이다. 「은둔에서활동하는 교회」로의 이행이야말로 오늘날 한국에 있어서도 천주교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좌고하는 과제가 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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