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부시, 9·11 팔아 돈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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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인 빌 프레스는 CNN의 정치 해설가이며 최근 출간된 책 '돌려라!(Spin This!)'의 저자이다.



더 이상 금기는 없는가?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 기부자들에게 9·11 사진을 팔고 있는 지금은 분명히 그렇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번 주 워싱턴에서 공화당 거액 기부자들에게서 3천3백만 달러를 끌어모은 후 현재 전국적으로 소액 기부자들에게서 몇백만 달러를 더 모으려 한다. 딕 체니 부통령은 기금 모금을 위해 사람들에게 기금을 요청하면서 특별한 거래를 제안하는 편지를 보내고 있다.

1백50달러를 낸 기부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업무 중인 모습이 담은 사진 세 장짜리 액자를 받게 된다. 한 장은 대통령 선서를 하는 모습이고 한 장은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며 나머지 한 장은 9월 11일 오전에 딕 체니 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아마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체니의 동의를 구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 전국위원회에게 사진 3장을 모두 선거자금 마련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돈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은 보기 안좋을 때가 많다. 엘 고어 전 부통령이 기금 모금 노력 차원에서 사찰을 방문한 일을 잊을 수 있겠는가? 백악관 링컨 침실(Lincoln Bedroom)을 잊겠는가? 하지만 부시가 이 세 장의 사진 중 9월 11일에 찍은 세 번째 사진을 파는 것은 정치자금 모금의 질을 한 차원 더 떨어뜨리는 셈이다.

9월 11일은 역사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날로 기록됐다. 우리는 미국 땅에서 사상 최악의 테러 공격을 당했다. 그리고 우리는 유례없이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모든 이들을 다 끌어모음으로써 이에 대처했다. 그 날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자유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아니었으며, 민주당원도 공화당원도 아니었다. 우리는 상심하고 비탄에 빠졌지만, 분노하면서 우리가 잃은 것에 대한 복수를 하기로 결의한 미국인이었을 뿐이다.

부시 대통령이 자주 외쳤듯이 9월 11일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한 날이다. 그런데 이제 부시는 이러한 기념비적인 날을 우리를 분열시키는 데 사용하고 있다. 9월 11일은 더 이상 모든 미국인들의 날이 아니다. 이제부터 이날은 오로지 1백50달러를 내고 사진 기념품을 사려는 공화당원들에게만 속하게 됐다. 얼마나 불쾌한가. 물론 불법은 아니다. 다만 역겨울 뿐이다. 이는 또 자신들이 공화당이 막대한 기금을 모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죽은 9월 11일 테러 공격 피해자들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다.

부시는 바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판다고 비난했던 그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아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물론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신속하게 이번 사진 판매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공화당원들이 9·11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라 다만 대통령이 집무를 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이와 더불어 사진을 파는 것과 백악관의 링컨 침실을 파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건 말도 안되는 논리다. 나는 이에 대한 책을 한 권 썼다. 백악관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의 조작일 뿐이다.

공화당원들이 9·11을 이용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면 왜 그들은 9월 9일에 집무를 하는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8월 15일 사진도 좋다. 부시가 전화 통화하는 사진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는 매일 몇 시간씩 전화를 한다. 진실은 공화당원들은 국가적인 비극을 현금화하고 싶어서 부시가 9월 11일 대통령전용기(Air Force One)에서 체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 특정 사진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ABC의 앤 콤튼은 공화당원들이 사진을 변형하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원래 사진을 보면 부시는 그의 왼쪽 창문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판매되고 있는 사진을 보면 부시는 오른쪽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판매용 사진의 모습이 더 나아 보인다.

부시는 더 이상 그의 전임자보다 순수하게 보이는 척 할 수 없다. 빌 클린턴이 기부자들에게 백악관 커피를 팔았다면 부시는 백악관 사진을 판매하고 있다. 도대체 차이점이 무엇인가? 이들은 둘다 백악관을 판 것이다.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면 백악관과 더불어 9·11을 파는 것은 더 나쁘다는 점이다.

야비하기 짝이 없는 이 사건은 유에스투데이 5월 16일자 마이크 스미스의 시사만화에서 멋지게 요약됐다. 이 만화의 첫 장면은 '링컨 침실 팝니다'라는 커다란 표지판을 앞에 내건 백악관 모습을 보여준다. 차를 운전하며 지나가던 한 여자가 남편을 보고 말한다. "여보, 이것보다 더 무례한 일은 없을 거에요"라고 말한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다른 표지판을 내건 백악관 모습이 나온다. '부시의 9·11 사진 사세요.'

프랑스인들은 변하는 게 많을 수록 안변하는 것도 많다고 말한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의 품위를 회복시키지 못했다. 그는 백악관 수준을 더 떨어뜨렸을 뿐이다.

(CNN) / 김내은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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