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O개의조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안동의 수류탄 투척사건은「이상군인」의 문제를「클로스·업」시켰다. 신영식하사의 경우, 그는 정상정신을 가진것 같지는 않다.
『수류탄을 던져 몇명이죽고 몇명이 부상했는지를 아는가?』(5명사망·44명부상), 범인은 의외의 대꾸를 한다.
『조롱하는가? 더많이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다.』
이쯤되면 그는 정신착란의 지경이다. 그가 사회에 저주와 증오를 퍼븟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애인이 변심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비약이 어디에 있는가.
현대는 무기가 극도로 발달할수록, 군인의 「모럴」이 요구된다. 우발전쟁이란 말은 한낱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내엔 현재 천기의 「미니트맨·미사일」이 1분이내에 발사될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져있다. 이것은 불과 몇 개의「보튼」으로 관리된다.
그러나 결국. 그「보튼」을 누르는것은 신의섭리도, 보이지않는 손도 아니고, 바로 인간이. 세계의 평화가 그 한가닥 손가락에 매달려있다는 이상은 좀허무한 생각이들게한다.
미국방성이 지난5년동안에「미사일」을 관리하는1만명의 군인·군속을 갈아치운점은 바로그인간의 신뢰성을 높이기위한것이었다. 인간이란 다름아닌 군인군속이다. 미국의 군부는 수시로 그런「테스트」를 실시한다. 일선의 중요한「포스트」에 배치되는 조건은 6O여가지가 다 합당해야한다.
우선 능력이 있어야 하고, 모든일에 의욕을 갖는 사람,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 의무는 끝까지 지키는 사람, 게으르지 않고, 법률을 엄하게 알며, 금전거래가 깨끗하고, 가족관계가 원만하며, 연인과 사이가 좋고, 무책임하지 않으며. 시험에서「커닝」하지않는 군인….
적어도 이런 조건에 맞아야 중요무기를 만질수있다.
신하사의 경우, 우선 그는 술을 즐기며, 사생활이 원만치 못했다. 그의 직속상관은 그런 사실쯤은 알고있었어야할 것이다. 사건은 바로여기서부터 벌써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것이 바로 군기인것이다. 이것이어찌 신하사 한사람의문제로만 끝날수 있는 문제인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