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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가정의 날」표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아빠 일찍 돌아오셔요.』
「가정의날」의 표어이다. 아빠가 퇴근해 집에 곧장 돌아오기만한다면 우리가정은 명랑하고 따스한 가정이된다는 말인가.
그런 일면이 없지않으나, 그토록 아빠중심으로만 생각할가정도 아니다.
5월은「청소년의달」「명랑한 가정의달」-여러가지행사가 집중적으로 벌어지고있다. 서로 자극을 주고받아 밝은 사회를 이룩하자는데 뜻이있을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행사든 실제아빠들에게 얼마나 영향을주고있는지 의문이다. 아빠의 귀가를 안타깝게 호소하는 아내와 자녀는 과연 가정을위해 최선을 다하고있는지 반성해볼문제이다. 요는 가족개개인의 사고방식에 있다.
밤늦게 돌아오면서 진심으로 마음 떳떳한 아빠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아빠자신만이주인이요 가장인양하는 전제적인 오만때문에어떠한 부끄러움을 저지르고도 뉘우치는빛을 보이지않을 따름이다. 또 아내는 그오만을 당연하다고 시인하면서 늦은 것을 탓한다. 그래서자녀들은 『엄마는 바가지, 아빠는 건숭건숭 넘기는 거짓말장이』로 통하는게 상례다.
언젠가 단정하고 튼튼하게생긴 청년과의 대화에서였다. 그의 건장한 모습을 치하했더니『공장이 좋아서요』-서슴없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재미있는 비유라고 생각했다. 영과 육이 아울러 건전하게 육성돼야 할「공장」은 바로 명랑하고 건전한 가정이기에 부모들의책임은 크고무거운것이다. 지금보다 더욱 알뜰한삶과 가정을 누리려는데는 거기 몸부림과 안타까운 노력없이는 기대할수없다. 가족서로서로가 시간과 관심과 어떤 종류의 성의든 나눠누리자고 생각하고 힘쓴다면 가정의 날의 표어따위는 오히려 군더더기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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