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라시에 황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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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디오피아」는 그 선조가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사이에 낳은 「메네리크」라는 건국신화를 갖고 있다.
「솔로몬」이니, 「시바」의 여왕이니하는 이름은 모두 기원전 1천년께 구약성서에 나온다. 「시바」의 여왕은 「마리브」, 지금으로치면 「아라비아」 반도남부의 「에멘」과 「아든」의 국경변방에 군림하고 있었다. 「시바」국은 당시 대리석과 보석을 산출하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했다. 그들은 인도·「아라비아」·「아프리카」등 지에서 그것을 향료와 바꾸어 「이스라엘」이나 그 이웃나라들에 파는 장사로 수지를 톡톡히 맞추었다.
그때 선지자로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있던 「솔로몬」 왕의 「이스라엘」 역시 그 명성속에서 전성기를 누리고있었다. 「시바」의 여왕은 걸핏하면 낙타등에 금은보석과 향료, 향신료등을 산더미같이 싣고 2천킬로미터(5천리)가 넘는 길을 지나 「솔로몬」왕을 찾아가곤 했다. 「마르코·풀로」에나오는「실크·로드」가 아니라 이 경우는「인센스·로드」(향료의길)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아든」을 지나 홍해의 「아카바」를 경유하여야 「솔로몬」의 나라에 드디어 입성한다.
여왕이 「지상의 왕」이라고 불린 「솔로몬」을 찾아간데는 갖가지의 이유들을 상상할 수 있다. 직업이 여왕업이니, 자연히 「솔로몬」왕과는 정치·경제·외교에관한 광활한 문제를 토의했을것이다. 가령 「시바」국의향료를 수입할때의 세금을 싸게하는 문제, 거기에 따르는 편의를 주는 문제…. 「솔로몬」 왕편에서도 「시바」여왕의 방문은 정치적으로도 큰가치가 있었음직 하다.
「솔로몬」왕은 「시바」 여왕의 향취에 매혹되고 말았다. 그래서 「시바」의 여왕은 「솔로몬」의 아기를 갖고 귀국했다. 오늘 한국을 방문하는 「하일레·셀라시에」 황제는 그 「메네리크」왕조의 후예이다.
3천년동안에 과연 「솔로몬」의 지혜가 「셀라시에」황제의 혈통 속에 얼마나 남았을지는 궁금하다.
그러나 문맹이 90%인 그 나라에서 스스로 문교부장관을 겸임하고 사재까지 기울여 국민계발에 힘쓰는 것은 지극히 슬기로운 생각이다. 그러나 「컬티베이트」된 세대들이 바로 「쿠데타」를 꿈꾸었던 사실은 「아이러니컬」하다.
물론 지금이야 「셀라시에」황제의 명망속에 나라가 조용하지만….
가뭄이든 한국에 비를 몰고 온 것을 보면 「솔로론」의 지혜는 과연 살아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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