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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대학생들의 소용돌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파리」에서는 연3일째 수천명의 학생들이 대학의 정원초과와 교과과정의 낙후성에 항의하여「데모」를 감행하였다. 「낭테르」대학과「소르본」대학이 지난 3일의 과격한 학생「데모」 때문에 폐쇄된 뒤, 계속적으로 일어난 이러한 소용돌이는 비단 불란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의 현실참여문제는 이제 새삼스럽게 구미선진국까지를 포함하여 전세계적인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동에서는 일본동경대학에서부터, 서로는 미국「컬럼비아」대학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전반적인 사회참여문제가 이제 중대한 정치문제로까지 번지고있기때문이다.
학내문제에 관한 것이 아닌 학생들의 정치적인 현실참여도「체코」와「폴란드」등 동구라파를 위시하여 서독·불란서·미국에 이르기까지 만연일로에 있다. 지난 3개월동안에 학생들은 20여개국에서 시위를 했고 미국·이태리·「스페인」·「튀니스」·「멕시코」·「이디오피아」·불란서등의 40개에달하는 대학이 임시휴교를 했다. 미국의 학생들은 스스로 미국의 양심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여 반전·평화·흑백인의 평등쟁취운동에 나서고있고, 서독에서는 야당부재의 대연정에 반대하기 위하여 스스로 재야야당을 자처함으로써 풍요하고도 안정된 사회에 도전하고 있다. 인국일본에서도 70연대에 있을 안보조약개정투쟁을 위한 정지작업이 한창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체코」에서는 학생들이 공산독재정권을 타도하고 새로운 자유화운동의 기수가 되었으며, 「폴란드」에서는 학생들의 운동이 아깝게도 실패하고야 말았다.
이러한 학생들의 현실정치참여나 학내운동은 여러가지 요인이 얽혀있는것이 사실이다. 첫째로 그들은 아직도 사회의 부조리와 타협하지않는 청신한 정의의 실천자로서 자처하기 때문일것이고, 둘째로 현실적인 모순을 개혁함에있어 점진적인 성과에 만족치않고, 과격한 혁신을 원하는 급진주의적 이상때문일 것이다. 셋째로는 현실의 정치에대한 진정한 견제세력이 없기때문에 정부에대한 야당으로서의 지위를 갖겠다는 소망때문일것으로 생각한다.
이점에서 학생들의 운동은 건설적이기보다는 파괴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 모든 경우를통해, 학생들은 현실정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현실정부를 타도하는데에는 기여할수있을지 몰라도, 보다 더 효율적인 정부나 정책의 구성에는 무력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4·19혁명이 그러했고,「터키」의 혁명 또한 그러했던 것을 우리는 상기할 것 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학생의 현실참여를 전적으로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고 학생들의 현실참여가 보다 건설적인면으로 흘렀으면 한다. 학생들이 현실의 부조리에 대해서 느끼는 정의감이나 개혁에의의지는 후진국의 근대화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민주화에도 많은기여를 했음을 모르는바 아니기때문이다.
해외 각국에서 일어나고있는 학생의 현실참여가 처음에는 학내에서의 현상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던 것은 의심할여지가 없다. 학내행정에의 참여가 최초의 관심사이나 이 학내문제의 해결이 대학당국에 의해서만은 처리될 수없음을 알게 됐을때에 비로소 대외적인 정치적 투쟁의 성격의 것으로 이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하겠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현실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며, 특히야당이 부재하는 경우에 진정한 야당으로 자처하려는 욕망이 있는것인즉, 위정자는 특히 이점에 유의해야 할것이다. 불란서의 학내문제에서 발생한「데모」가「드골」의 장기집권에 대한 도전으로 발전할 수 도있는 현시점에서 불란서 학생들은 학생활동의 한계를 명심하고 세계평화를 위한 평화협상에 조그마한 금이라도 가게 되지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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