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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코리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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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분전환과 사색을 위하여 부자에게는 여행이 있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병이 있다는 「앙드레·지드」의 말이 있다. 나날의 생활에 쫓기는 가난한 서민도 어쩔 수 없이 병상에 눕게되면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역시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병들어 누울 수 있을만한 여유가 있는 서양의 얘기다.
병들지 않고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엔 또 「골프」가 있다고들 한다. 「지드」의 시대에는 「골프」가 없었기 때문에 여행을 말한 것이고, 만일에 「골프」를 알고 있었다면「지드」의 생각도 조금은 달라졌을 게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골프」도 가난한 시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러기에 벚꽃이 떨어지고, 볼 것도 별로 없지만 사람들은 창경원에만 몰린다. 와글거리는 인파와 먼지 속에서 기분이 전환 될 리 만무하지만 그런게 서민의 기분에 맞는 일이라 친다면 누굴 원망할 수 도 없겠다. 이렇게 스스로 타이르며 칭얼거리는 어린이들을 끌고 오늘도 선남선녀들은 창경원에 몰린다.
가난한 시민들에게는 그러니까 여행은 하나의 「꿈」이다. 「지드」의 말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전원의 신록을 찾아, 또는 고적사찰을 찾아 멀리 여행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쁨을 안겨준다. 우리의 국토와 역사를 알려주고, 경험을 키우고, 「벤저민·프랭클린」의 말대로 삶을 연장시켜주는 것이 여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를 가나 여행의 재미는 볼 수 없다. 사색을 위한 여행은 오히려 사색을 중단시키는 것이 되고 있다. 그만큼 난잡해지고 더럽혀져만 가고 있는 것이 한국의 명산이요, 자연이다. 지방의 특색, 특산물들도 이젠 볼 수 없게 됐다. 어디를 가나 주말의 서울 근교에서 볼 수 있는 주정꾼과 폭력배와 싸구려 상점들이 엮어내는 난잡한 풍경이 그저 자리를 옮겨놓은 듯한 느낌만을 주는 것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이런 생각이 있기에 사람들은 오늘도 창경원에만 몰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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