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J 두 번 놓친 검찰, 이번엔 속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재계 서열 14위 CJ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융단폭격식 속도전’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 5년간 CJ에 대한 수사에서 번번이 헛물을 켰던 검찰의 반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2일 오전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동시에 CJ그룹 재무팀장 등 10여 명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하루 전날 CJ그룹 본사와 경영연구소 등 그룹의 핵심 컨트롤타워를 압수수색했었다. 전광석화 같은 압박이다.

 검찰이 벌이는 수사의 종착역은 명확해 보인다. 이재현(53) 회장 본인 등 오너 가족들이다. 검찰이 CJ의 일반직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CJ경영연구소를 압수수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곳에서 이 회장 남매의 비자금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으로부터 2008년 이후의 CJ그룹 세무조사 자료와 이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남매의 각종 납세자료, 부동산 보유내역 자료 등을 제출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개인 비자금은 물론이고 총수 일가 전체의 부당 거래를 밝혀내겠다는 의미다.

 이 사건의 불똥은 국세청까지 튈 수도 있다. 국세청이 2008년 이 회장에게 17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봐준 게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검찰이 품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재현 회장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던 이모(44) 전 관재팀장이 청부살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재판을 받으면서 이 회장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었다. 검찰은 재산관리인 이 팀장의 비자금 파일을 확보해 계좌추적을 벌였다. 하지만 돈을 어떻게 조성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는 CJ측 반박에 물러났었다. 국세청은 CJ측 논리를 받아들여 그에 따른 세금만 부과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9년 이 회장은 또다시 검찰 수사망에 걸렸다.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가 천신일(70) 세중나모 회장과 이 회장 사이에서 수상한 거래가 있었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2008년 사건이 쉽게 넘어간 것도 이 회장이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불리던 천 회장과 친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중수부는 CJ그룹이 천 회장을 통해 세무조사 무마를 로비했다는 의혹을 입증하려고 이 회장을 세 차례나 조사했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제동이 걸렸다.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은 CJ그룹 수사도 중단했다. 올 2월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에 대한 국세청 탈세 혐의 조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CJ와 미술품 거래를 한 내역이 나왔다. 2001~2008년 동안 무려 1422억원 규모였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CJ가 해외에서 비자금 70억원을 들여와 자사 주식을 매입한 것 같다는 통보를 받고 수사 중이다. 그동안 CJ를 수사했던 중수부는 지난 4월 폐지됐지만 당시 중수 1, 2과장은 그대로 서울중앙지검 특수 1, 2부장에 임명됐다.

최현철·심새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