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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사법속의 인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9일 부산지검은 일심에서 절도죄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아 복역중이던 이모여인에 대한 구속해제신청을 냈다고 한다. 이여인이 억울한 옥살이 71일만에 풀려나게 된 것은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결과에서가 아니고, 남편의 끈덕진「아마추어」수사 끝에 진상이 발견됐다는 사실과, 경찰·검찰·법원이 모두 강제된 자백 하나만을 가지고 유죄를 선고하여 무고한 옥살이를 시켰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 경위를 보면 잃어버린 금목걸이 때문에 이여인은 박양집에서 감금되고「린치」당한 뒤, 자백을 강요당하였고 견디다못해 이여인은 허위자백을 했고 경찰에 인계된 뒤 이틀만에 구속 송청되었다.
검찰은 이여인의 자백만을 근거로 하등의 방증도 없이 4일만에 구속 기소했고, 법원에서도 아무런 증거 없이 본인 자백만으로 징역6월을 선고했던 것이다. 이여인은 이에 불복, 대구고법에 항소중 남편의 끈덕진「아마추어」수사로 진실을 발견하였기에 고법에서 무죄로 석방될 것은 틀림없다.
이여인은 여러 여인과 취조담당관의 폭행과 위협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고 그들의 고문위협 때문에 검찰이나 법원에서도 경찰진술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경찰이 아직도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하고있다는 사실은 작년의 홍제동여인 살인사건과 서울옥수동 처녀살해사건 등에서 백일하에 드러났었고 여기에 대한 처벌도 운위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한 경찰의 고문사건은 대개 증거불충분으로 검찰이 불기소했기 때문에 실형선고를 받은 일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번 이여인 사건은 검찰뿐만 아니라 법원까지도 자백을 유일한 증거로 유죄의 선고를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다.
헌법은 명백히「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이률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자백의 증거능력을 제한하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법원이 함께 이러한 자백을 증거로 기소하고 유죄선고를 내린 것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자백의 증거능력의 부인은 현대사법의 대원칙인 만큼 이를 철저히 지켜야만 경찰의 고문이나 자백강요는 발본색원될 것이기에 우리는 법원에 다시 한번 자백의 증거능력을 규정한 헌법조항을 수호해줄 것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지법의 이 사건 하나로 법원이 매번 자백을 유일한 증거로 유죄선고를 하고 있다고 논단할 수는 없을 것이고 부산지법에도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리라고 본다. 특히 많은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는 법관들의 불충의 일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백 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사람의 억울한 사람도 옥살이를 시켜서는 안 된다는 법언을 한번더 명심해 주기를 당부한다.
양산사법의「매커니즘」속에서 법관의 오판이나 불친절을 없애기 위하여서는 우선 그들의 대우개선과 증원, 시설의 확충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 외에도 과학적인 수사와 과학적인 탐증이며 심리의 과학화등도 행해져야 할 것으로 안다. 중형에서의 평등과 심리의 공평을 위한 법관의 재교육도 필요할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사법에 관련된 모든 인사들의 철저한 인권존중사상의 진작문제로 귀착된다고 할 수 있다. 억울하게 71일간의 옥살이를한 한시민의 입장에 그자신들이 섰다고 가정할 때 과연 그들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반문해봄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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