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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인 국회운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5일부터 제65회 임시국회가 열렸다. 회기를 20일간으로 예정하고 있는 이 국회는 향군개정안, 일반국정질의, 보장입법제정 등을 그 주요 의제로 삼게된다. 여당은 이번 회기 중에 정부가 내놓은 전기한 향군법개정안과 국토통일연구원설치법안을 비롯하여 68연도 제1회 추경예산안 등을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야당은 먼저 일련의 파상적인 대 정부질의 공세를 전개하고 나서 나머지 회기 중에 여·야 의정서에 의한 보장입법의 제정을 완결키로 방침을 세웠다고 전한다. 그러므로 여·야가 각기 자기중심의 입장만을 앞세워 책정한 이러한 국회운영방침을 견지하는 한 국회는 또다시 혼란의 무대로 화합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예견된다.
작년래 여·야 협상으로 형식적이나마 간신히 정상화의 궤도에 들어선 제7대 국회는 28파동, 29변칙사태, 그리고 단 하루만의 회기로 열렸던 지난번 제 64의 임시국회의 유회 등, 거듭되는 변칙적인 사태의 반복으로 말미암아 그 권위를 다시 한번 크게 잃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간의 의석수가 3대1로 벌어진 결정적인「불균형의회」는 운영의 묘를 얻는 경우에 있어서도 의회정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것인데 하물며 여당이 소수당의 존재를 거의 전적으로 무시하다시피 독주를 일삼고 있을 뿐 아니라 이에 자극된 소수당인 야당 역시 절망적인 저항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국회의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여·야가 호양안 협의「무드」대신 국회를 이처럼 설전난투의 무대로 삼아온 폐풍을 시정치 않는다고 하면 국정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의 지속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과도 그 필연적 소산으로서의 의회경시 내지 무용사상의 강화 그리고 정세의 중대한 변동으로 엄중해져 가고있는 국내외정국 등으로 인해 우리 나라 의회정치는 명실공히 영원히 유명무실해 갈는지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번 열리는 임시국회가 제7대 국회가 잃었던 위신을 되찾고 대의민주정치의 심장부로서 그 맡은바 기능을 소생시키는 여부를 결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종래 우리국회의 권능과 위신을 말할 나위 없이 추락시킨 원인은 그 태반의 책임이 국회자신에 있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키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국회가 그 스스로의 유능과 위신을 되찾게되는가의 여부도 주로 국회자신의 노력에 달려있음을 지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국회의 의제로 예정되어 있는 향군법개정 중, 보장입법제정사업의 완결, 그리고 추경예산이나 국토통일연구원설치법안 등의 처리는 국가적 견지로 보아서 매우 중요한 안건들이다. 이러한 안건의 처리를 둘러싸고 양당간의 기본적인 계쟁점이 무엇인가는 이미 충분히 노출되어 있으므로 여기 새삼스러운 소개의 필요는 없을 줄 안다. 다만 우리로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여·야간의 중대한 의견차이가 주로 양당이 각각 자기의 당이당약에만 충실코자 하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것이요, 따라서 만약에 당이당약보다 국이민복에 충실하겠다는 자세만 확고하다면 호유·타결로써 신속히 의견의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국회는 비생산적인 정쟁을 벌이기에 앞서 급변하고있는 내·외 정세를 주시, 여·야 공히 자제심을 발휘하여 냉정한 이성의 판단 밑에 모든 안건을 능률 있게 처리해나가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설령 의견대립이 결정적으로 벌어지는 경우에도 의회정치에 고유한 형식과 절차를 어디까지나 존중, 또다시 변칙국회의 오명을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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