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정위 과징금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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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과징금을 물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전원회의를 열고 대우자동차판매와 11개 시.도 건축사협회에 물렸던 과징금을 대폭 낮춰 재부과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공정위가 패소했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판매의 경우 직원들에게 자동차를 강매했다는 혐의로 1998년 11월 19억3천3백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대우자판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실제 발생한 부당이득의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공정위의) 재량권 남용"이라며 대우자판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최근 대우자판에 대한 과징금을 2억9천2백만원으로 낮춰 당초 과징금보다 85% 깎아줬다.

건축사협회도 회원사간의 경쟁을 가로막았다는 혐의로 98년 6월 8억9천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소송을 제기,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공정위는 당초 과징금에서 79%를 깎아 1억8천6백여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다시 내렸다.

공정위는 또 2001년 신문사에 대해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과징금을 물렸다가 지난해 말 일부 신문사가 제기한 과징금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등에서 패소하자 아예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다.

법원은 또 공정위가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면서 형사고발도 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며 지난해 9월 위헌소송까지 낸 상태다.

법원이 이처럼 과징금 처분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서자 공정위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과징금 처분의 객관성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잇따라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 중 불복소송을 제기한 비율이 98년 9%(건수 기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의 경우 이 비율이 29%(7월까지)로 높아졌다. 또 기업들의 과징금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미납된 과징금이 매년 9백여억원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엄한 처벌로 예방효과를 노리는 반면 법원은 재산권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불법행위 자체에 대해선 모두 혐의가 인정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기준을 세분화하는 등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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