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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경제' 둘 다 가질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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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이 3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에서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左)에서 넷째)이 ‘북한 핵 문제와 동북아 정세’에 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빈 중앙일보 사장, 한태규 외교안보연구원장, 이규진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사회), 송희연 아시아개발연구원 이사장,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 회장. 사진=김상선 기자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다. 북한이 지난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면서 북핵 문제는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간에는 영토 분쟁과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로 냉기류가 형성돼 있다. 중앙일보는 이런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전반의 움직임과 변화를 살펴보고,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3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현대경제연구원과 더불어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을 발족했다. 포럼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의 '북한 핵 문제와 동북아 정세' 주제 발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 주제 발표=북한 핵 문제의 요체는 북한이 핵 국가가 되려는 것이다. 북한이 핵 국가가 되려면 세 가지를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핵탄두를 가져야 한다. 둘째는 핵탄두 운반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는 실험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충족됐을 때 북한을 핵 국가라 할 수 있다. 이를 분석해 보면 북한은 핵 국가로서의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면 최소한 세 가지 문제가 생길 것이다. 우선 남북 간 군사적 균형이 깨지는 만큼 우리가 희망해온 남북 평화공존 체제는 어려워질 수 있다. 둘째, 동북아에 핵 무장 도미노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특히 일본이 그렇다. 그렇게 되면 한국도 그걸 피해나갈 수 없고 대만도 그렇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차원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다. (북한의) 핵 물질이 제3국 또는 테러단체에 나갔을 때 미국이나 유럽에 대한 테러 공격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러면 북핵 문제의 해결 방향은 무엇인가. 문제의 핵심은 미국과 북한에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불신이 너무 깊기 때문에 6자회담을 통한 타결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핵 문제는 세 가지로 전개될 수 있다.

첫째는 평화적 타결이다. 미국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북한도 벼랑끝 외교의 한계를 깨닫고 협상에 나올 때 가능하다.

둘째는 현재와 같은 교착 국면의 장기화다. 미국에선 부시 행정부가 폭정의 전초기지로 설정해 놓은 북한과 협상할 수 있느냐는 비관론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군사적인 행동을 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되면 우리에게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전개된다. 북한은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플루토늄 핵 능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새로운 형태의 신 냉전기류가 동북아에 생겨날 수 있다.

셋째는 위기국면으로 가는 시나리오다. 올 6월까지 북한이 4차 6자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북핵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수 있다. 북한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한 만큼 위기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전쟁으로 이어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 고조는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유념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핵도 갖고 경제적 발전도 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도 우선 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핵 문제를 해결하고 인권, 재래식 무기 문제를 들고 나와야 한다. 다음은 참석자 토론 요지.

▶한태규 외교안보연구원장=중국의 부상이 위협인지, 기회인지는 중국이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뤄 나가느냐와 연관이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그것이 동북아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문 위원장=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미국에 가면 모든 책임이 중국에 있다 하고, 중국에 가면 모든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한다. 중국의 입장은 우리와 비슷하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입장 아래 협상안을 가지고 나왔는데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중국도 미국과 노선을 같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국이 협상다운 협상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인 것 같다.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부의장=1994년의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이 무엇을 얻었는지 묻고 싶다. 어쩌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기만당했다는 생각도 든다.

▶문 위원장=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세 가지다. 적대적 의도와 정책 포기, 상호 주권 존중, 내정간섭 중단이다. 미국도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지 않겠나.

▶이영선 연세대 교수=북핵 문제 전망과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시나리오가 결정될 것 같다.

▶문 위원장=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를 위기상황으로 파악한다면 역설적으로 협상은 빨라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평화적 타결, 교착국면 장기화, 위기국면) 가운데 둘째가 가장 불리하다. 위기 국면이 오면 미 대통령의 관심이 집중되고, 해결의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 회장=참여정부는 한국이 북핵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의 전략과 수단은 제한적이다.

▶문 위원장=우리 정부가 한 것이 상당히 많다. 6자회담의 의제 설정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3차 6자회담에서 협상안을 만드는 데 그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정리=오영환 기자.정용수 연구원 <hwasas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 포럼 참석자 명단

▶연구단체장=강재홍 교통개발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 회장, 김충배 한국국방연구원장,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서명선 한국여성개발원장, 송희연 아시아개발연구원 이사장, 오상봉 산업연구원장,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이인석 인천발전연구원장, 한태규 외교안보연구원장

▶학계=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상만 중앙대 교수, 이영선 연세대 교수,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장명봉 국민대 교수

▶금융.법조계=신웅식 신신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정해왕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 황영기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정계 및 정부.공공기관=김학원 자민련 대표, 손봉숙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조명균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재계=곽영욱 대한통운 사장, 김병훈 현대택배 사장, 김석철 리빙아트 회장,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유완영 유니텍코리아 회장,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전명헌 현대종합상사 사장

(명단은 분야별로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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