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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국민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부산 양정국민학교 어린이들의 신체검사에서 29일 놀라운 결과가 밝혀졌다. 5백여명의 어린이들이 악성편도선염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다. 작년 10월의 검사에서는 1백90여명의 어린이들이 이런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었다. 불과 5개월 사이에 발병율은 3배로 늘어났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학교는 돌담 하나를 사이에두고 초자(초자)공장 2개소와 양초 공장이 포위를 하고 있어서 어린이들은 유독악취에 중독이 된 것이다. 이들 공장은 주로 염산은 원료로 쓰고 있다. 염산은 사람의 살갗에 닿으면 그 부분은 짓무르듯이 부식되는 강력산이다.
염산공장은 법에의해서도 「시민생활」과는 격리된 곳에 설치하게 되어있다. 이 공장이 인간생활 가까이에 있으면, 우선 사람들은 유리창의 철책, 철판대문, 철조망이 단시일에 녹슬어 퍼석퍼석해지는 경우를 보게될 것이다. 4년전엔 서울 남가좌동에서 주민들로부터 그와같은 사실이 고발되어 공장이 쫒겨난 일도 있었다. 그 주변의 주민들이 안질·피부염 때문에 신음한다는 사실이 그때 폭로되었었다.
양정국민교의 경우, 어린이들은 학교에만 나오면 머리가 아프고 기침이나와 창문을 열어놓고 수업을 했다고 한다. 악취·유독 「개스」때문에 그 학교는 「두통국민교」가 되어버린 것이다.
의사들은 공기오염은 기침·폐염·결핵·기관지염·폐기종·폐암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몇 해 전부터 바로 서울의 가로수들이 시름시름 죽어가는 것을 우리는 봄마다 목격한다. 그것은 단순히 관리가 소홀한 이유만은 아니다. 지난가을 화상들의 국화꽃이 유난히 지저분했던 것도 그 더러운 공기때문이다.
요즘은 서울 장안에선 하늘을 나는 야조 한 마리 볼 수가 없다. 새들도 하늘을 날 수 없을 만큼 서울의 하늘도 더러운 것이다.
서울의 경우 하루에 적어도 2만6백여대의 자동차(군용제외)가 소모하는 휘발유 2천 「드럼」의 연기를 상상해보라. 하물며 염산 「개스」를 호흡하고 지내는 양정어린이들의 작은 가슴은 얼마나 더럽혀졌을까. 당국은 어떻게든 손을 써야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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