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 1초 오심 그때 그 여자 찔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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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아람(오른쪽)이 브라질 펜싱 월드컵 시상식 직후 하이데만(가운데), 심재성 감독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사진 이탈리아펜싱협회]

“이번에는 제가 먼저 찔렀어요.” 신아람(27·계룡시청)이 ‘1초 오심’을 설욕했다. 신아람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펜싱 월드컵 A급 대회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브리타 하이데만(31·독일)을 연장 끝에 6-5로 꺾고 우승했다.

 신아람과 하이데만은 지난해 7월 런던 올림픽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만났다. 당시 신아람과 하이데만은 정규경기 동안 5-5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전 종료 단 1초를 남겨두고 하이데만이 네 차례나 공격을 하는 동안 시간이 흘러가지 않았다. 결국 하이데만이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켜 승리했다.

 하필이면 모든 상황이 올림픽 당시와 흡사했다. 신아람과 하이데만은 이번 대회 결승에서도 5-5로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초 오심’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아람은 하이데만의 공격을 막고 역습 찌르기에 성공했다. 시간은 정확히 흘러갔고, 1점 차 짜릿한 승리를 거둔 신아람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아람은 “하이데만과의 경기가 사실 부담스러웠지만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었다”며 “하이데만이 런던 올림픽 때처럼 똑같은 공격을 할 거라 예상했다. 이번에는 그때처럼 막기보다는 과감하게 찔렀고 성공했다”고 기뻐했다. 하이데만은 신아람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신아람을 꼭 껴안았다. 신아람은 “하이데만이 미안하다고 했다. 올림픽 이후에 먼저 사과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조심스러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이데만은 심재성(47) 펜싱 국가대표 총감독에게도 축하인사를 잊지 않았다. 여자 에페 대표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심 감독은 런던올림픽 당시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신아람의 곁을 지키며 판정에 항의를 했다. 신아람은 “하이데만도 힘들었던 거 같다. 이제 껄끄러운 마음이 다 풀렸다”며 아팠던 시간을 훌훌 털어버렸다.

 신아람은 하이데만에게 설욕함과 동시에 월드컵 대회 첫 우승을 일궈냈다. 또 이번 대회 우승으로 랭킹 포인트 32점을 추가 획득, 21일 발표되는 여자 펜싱 에페 세계랭킹에서 3위 또는 4위에 오를 전망이다. 신아람은 현재 랭킹포인트 150점으로 6위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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