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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천연기념물194호 창덕궁 향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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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특별시 종로구 와룡동1번지. 창덕궁의 향나무가 천연기념물194호(3월4일)로 지정됐다.높이 목측6미터. 몸통둘레4미터, 수령 700년이상. 노수답게 수세는 의연하고 수형이 특이하다.
수간중앙에서 갈린 가지가 동·서·남·북의 네방향으로 뻗어 방위를 가리키며 제각기 4미티이상의 날개를 폈다. 돈화문에서 150미터 왼쪽담을 끼고 선원전에 이르는 길목에 들어서면 보각과 봉모당이 앞뒤 나란히 서있다. 둘다 이조왕실의 옛서고.

<동서남북으로 네갈래>
고색이 짙은 두건물사이에는 50명 남짓의 잔디가 깔리고 잔디의 왼쪽끝 길가에 거수는 노구를 뿌리박고있다.
지금까지 7백년을 살았으니 고려후반의 문약함과 쇠망을 이씨조선의 창업과 사색당파의 추잡한 싸움을, 왜제의 말밭굽소리를, 해방20년의 혼란과 거듭된 정변을 수 없이 보고 들었으련만 노수는 말이 없다.
예로부터 서목으로 불리는 향나무는 내력도 많다. 원산지는「히말라야」·중국·만주·한국(평북이외의전국)일본등지-. 중국에서는 북경의 천단에 있는 노목이 저명하다. 높이 10∼12미터. 직경 0.7미터. 수령508년. 산동성곡부의 공자묘에 있는것은 공자가 손수 심은것(오잡조권10에 기술되어있음)으로 높이5장, 주위1장5척, 세칭<재생회>라고도 불린다.

<일인들도 침흘린 거수>
태산의 묘에는 한무제가 손수 심었다는 백수가 있고, 이 왼쪽에는 건강제의 한백도비가 서 있는데 이나무를 한백이라고 한다. 주의가 4.6미터, 2027년이상의 수령이다.
일본에서는 사찰경내에 대목들이 많다. 자성현의 해안 이취산의 수군은 유명한 거목 19그루로 이루어졌다. 높이 10∼20미터, 몸통둘레 l∼5미터, 수령 l000년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는 울릉도에서 시작하여 중부지방, 특히 경기도에 많고 거목은 높이 20미터, 직경 1.2미터에 이른다.
강원도 이천군 산내면 개련동 보살사의 거목은 둘레3·8미터, 수령 500년이라고 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으로는 울진과 순천 송광사에 두 거목이 있고 창덕궁것이 세 번째다. 울진과 송광사의 그것은 둘다 수령1000년의 노목이나 형세는 각기 다르다. 울진것은 자연생으로 인공의 흔적이 전혀 없는 대신 송광사의 그것은(?) 꽈배기처럼 용틀임이 되어있다. 어느승의 피맺힌 정성의 결정이리라. 창덕궁향나무는 가지가 휜채로 수백년을 뻗어온듯하다. 어느조상의 손질인지 가지가 네깃으로 나뉘어 사방의 방위대로 늘어져있다. 일제때는 일본본토에 파가려 했다가 운임이 엄청나게 들어 그만두었다는 설도있다.

<내인들과 애환을 함께>
나무가 서있는 창덕궁은 이조3대왕인 태종4년(1404년)에 왕실의 별궁으로 창건된 것-. 흔히 동관대궐, 또는 동궁이라고도 했다. 경복궁이 선조25년(1592년) 임진란때 소실당하고 그로부터 19년만인 광해군3년(16l1년)에 경복궁을 불길한 궁이라하여 중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많아 결국 이 창덕궁을 중건하게된 것이다.
광해군7년(1615년)부터 일본에 합병되기전(1910년)까지 정궁으로 295년동안 13대에이른 역대제왕이 이 궁에서 통치했다. 이조오궁(경복·창덕·창경·덕수·경희) 가운데 그때의 화려했던 모습을 조금이나마 찾아볼수있는 유일한 궁이다.
이곳엔 각색 희귀한 화초와 수목이 심어있고 수목 사이로는 자개의 정자와 전각이 놓여있는 외에 수개의 연못이 있다.
역대 제왕과 왕후가 애호하여 오락과 연회를 이곳에서 베풀었다. 연산군도 그의 탈선적인 호유를 이곳에서 즐겼으리-.
이곳에 향나무가 들어선 연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창덕궁창건직후 어디선가 옮겨 심었을 것이라는 학자들의 추측이다.
창덕궁은 구한국시대에는 아무리 고관대작 일지라도 임금님의 부르심을 받지않고는 절대로 배관이 허락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한다. 이같이 폐쇄된 궁안에서 500년을 살아온 이 향나무는 수많은 상궁내인들의 남모르는 눈물과 한숨과 애절한 기도를 귀담아 들었을 법하다.

<태운 연기는 신예의 공물>
향나무는 쓰임새도 많다. 추위를 견디는 내한성 상록관목-. 우리의 정원을 꾸미는데는 없어서는 안될 대표적인 나무다. 이밖에도 산울타리, 겨울철의 생화용이외에 조각, 가구용재, 연필재, 약용, 소방용 등 용도가 넓다.
목재를 태운 연기는 신에대한 공물이어서 고래로 상중, 제사의 분향으로도 많이 쓰고있다.
냄새가 독특하고 깨끗해서 여름철 시체의 악취를 제거하는데도 안성마춤이다. 우리나라 향나무의 본산은 울릉도지만 지금은 멸종의 위기에 놓여있다 한다. 해방이후까지 무성했던향나무 군락은 섬을 찾는 손들의 기념물로 꺾어지고 짜개져서 소반, 단장, 담배서랍, 실패등의 재료로 없어져 가고 있다.
지금은 깎아세운 절벽위,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곳에 겨우 흔적을 볼수있을 정도란다.
문화재위원회(제3분위) 가 뒤늦게나마 창덕궁 향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것은 망각되어가는『우리의 것을 지켜나가자』(박만규씨의 말)는 결의에서 였다.
▲서울의 8대천연기념물 ①통의도의 백송 ②원효로의 백송 ③제동의 백송 ④수송동의 백송 ⑤어의궁(효제동) 은행나무 ⑥문묘의 은행나무 ⑦한강(일도)의 창조가리 ⑧창덕궁의 향나무
▲전국천연기념물의 분포상황(130개조) 서울=8 부산=4 경기=6 충북=10 충남=8 전북=9 전남=23 경북=22 경남=16 강원=12 제주=12
글 임판호기자 사진 최해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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