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움직이는 장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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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따금 9층인 내 사무실에서 국보제1호 남대문으로 통하는 거리를 내려다보면 거기에는 정말 「드릴」이 넘치는 어느 「로케」의 현장 같은 아슬아슬한 광경이 전개되기도 한다. 육교를 두고 육교바로 밑으로 대로를 횡단해가는 용감한 부인, 몇발짝만 옮기면 지하도가 있는데도 하얀줄이 여덟개나 그어져있는 차도를 좌충우돌식으로 가름해가는 젊은이, 찢어진 「비닐」덮개를 바람에 날리며 「리어카」를 끌고 뜀박질로 건너오는 엿장수, 신호대를 무시하고 자동차의 물결속을 빠져나가는 결사적인 자전거부대-.
그뿐인가, 「택시」를 잡겠다고 차도까지 나와서서 필사적인 경합을 벌이는 남녀노소. 이가운데를 무슨 장애물 경기처럼 소리도 요란하게 빠져나가는 완행「버스」-.
언제부터인지 다시 「뒤틀린 교통질서」의 축쇄판 같은 느낌이다. 「일단정지」라고 해둔 보행자의 횡단로를 마구 질주해가는 그런 횡포 운전사를 편들어줄 이유는 없지만 흔히 「달리는 흉기」니 「폭력 운전사」니하고 툭하면 얻어맞는게 운전사라는 생각에서 이곡마장 같은 광경을 보고 나는 그들의 인권이 얼마나 도매로 멍들고 있는가하는 측은한 생각이 맞서기도한다.
어느 신문에서 본 제목처럼 「달리는 흉기」가 차라면 차도위의 사람은 움직이는 장애물이라고 해야 옳을성 싶다. 대서울의 신호대나 육교는 「액세서리」로 밖에는 안보이는것일까.
항차 순경이 본다고해서 질서를 지켜야 하고 보지 않는 틈이라고 해서 탈선을 되풀이 한다면 질서를 통한 내일의 안녕과 명랑은 백년가도 기대할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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