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에선] 서울대 '전공 재수생'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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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02학번 전공 배정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해 광역화된 모집단위별로 입학한 '학부제 1세대'의 2학년 진급을 앞두고 학과를 교통정리하는 과정에 적잖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대는 지망학과 원서접수 기간을 한달이나 줬다. 하지만 대상자 4백7명 중 1백여명이 마감당일(1월 24일)에야 원서를 냈다. 학점에 자신없는 학생들이 막판까지 과별 원서접수 상황을 살피면서 눈치작전을 벌인 탓이다.

사회대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경제학부(정원 1백93명)에는 2백49명이 몰려 56명이 원하지 않는 전공으로 가게 됐다. 그중 한 명인 金모(20)씨는 "전과(轉科)를 노릴지 차라리 수능을 다시 볼지 고민"이라고 했다. 사회대 인터넷 홈페이지는 환호와 탄식이 엇갈린다.

다른 단대도 대체로 마찬가지다. 1996년부터 학부제를 실시해 온 자연대에는 인기 전공에 진입하기 위해 진급을 미루는 '전공재수생'이 올해도 20~30명 정도 예상된다.

반면 비인기학과의 소외는 두드러졌다. 농생대의 경우 1차 배정결과 정원 16명의 임산공학 전공에 지원자가 단 한명이었다. 농토목.농기계.천연섬유 등 네 곳이 정원의 20~30%밖에 채우지 못했다.

때문에 요즘 관악캠퍼스엔 "03학번이여, 지금 충분히 기뻐해두라. 1학년 생활이 입시 때와 다를 게 없다는 걸 곧 알게 된다"는 냉소적 대자보까지 붙고 있다.

서울대 교수사회에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비인기 전공은 존폐위기를 맞게 된다"며 학과별 모집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교육부는 '다양한 학문분야 경험'을 내세워 광역화 모집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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