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위안부 필요했다 주장은 모욕적"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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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미국 국무부가 ‘위안부는 필요했다’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발언에 대해 “언어도단(outrageous)이며 모욕적(offensive)”이라고 공식 비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하시모토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일본 신문 기자에게 이같이 답했다.

 이어 “성적인 목적으로 인신매매된 여성들에게 일어난 일은 너무나 슬프고, 엄청나게 중대한 인권 침해임이 명백하다”며 “희생자들에게 깊은 동정심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일본이 과거의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웃나라들과 함께 대처하고, 함께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치인의 발언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건 이례적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지지(時事)통신은 “미국은 동북아의 안정이란 관점에서 역사 문제로 서먹한 한국과 일본 양국에 신중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래서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으로 (일본 측에) 못을 박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자 하시모토는 트위터를 통해 ‘일본만 특수한 인종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론했다. 그는 “일본이 잘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전장에서의 성 대책으로 여성을 활용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면서도 “미국이 일본을 점령했을 때는 일본인 여성을 활용하지 않았는가. 특히 오키나와 여성에게 무엇을 했는지 직시하라”고 했다. 이어 “일본만 특별히 비난하는 것은 언페어하다(공정치 못하다)” “다른 나라들은 어땠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시모토는 13일 “비처럼 쏟아지는 총탄 속에 몸을 내던져야 했던 (군인들의) 휴식을 위해 위안부 제도가 필요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만한 일”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 정치권이 발칵 뒤집히고 모든 세력이 자신을 적으로 돌리자 이후 “당시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위안부 제도가 생겨났다는 의미다. 위안부는 있을 수 없는 제도”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일본만의 잘못은 아니라며 미국 등 다른 나라를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시모토가 공동대표인 일본유신회 소속 의원이 16일 또다시 한국을 비하하는 망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64) 중의원은 의원모임에서 “한국인 매춘부는 아직 우글우글하다. 오사카 번화가의 한국인을 위안부로 불러도 좋다” “외국 언론엔 하시모토 관련 보도가 날조되고 있다. 위안부가 성노예로 바뀌었다. 이제 반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 동료 의원들의 문제제기로 그는 기자회견에서 “온당치 않은 발언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유신회는 니시무라 의원을 제적 처리할 방침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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