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되기도전에 로또 '김칫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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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터넷 사이트에 '공구로또'라는 카페를 운영 중인 회사원 송모(34)씨는 요즘 공동 구매할 로또복권의 공증을 받느라 바쁘다.

절차와 가격을 알아보러 회원들과 함께 법무사와 세무사 사무실도 돌아다닌다. "당첨금액이 워낙 크므로 만약을 위한 조치를 해두자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번 주말 1등 당첨금이 사상 최고인 7백억원으로 예상되는 로또 복권. 그 열풍 속에서 '로또계'회원들은 벌써부터 당첨금 분배를 둘러싼 분쟁을 걱정하고 있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지만 워낙 큰 돈이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분담 계약서를 공증받자""회원 신원 확인을 하자"는 계원들끼리의 다짐이 문서화되고, 변호사.세무사 사무실엔 당첨 이후의 재산권 분쟁이나 세금 관련 문의가 잇따른다.

로또계가 초기의 친목수준을 넘어 인터넷을 통해 모인 생면부지의 사람들끼리 수십만원,수백만원을 공동 투자하는 '로또 펀드'로 거대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회원은 "계원 중 한 명이 당첨금을 대표로 탄 뒤 모두 자기 것이라며 잡아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1등 당첨이 벼락을 두 번 맞고 죽는 확률밖에 안된다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둬야지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오 닷컴의 최용석 변호사는 "이 경우 다른 참여자들이 돈을 가로챈 사람을 횡령죄로 고소한 뒤 재판을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법원에서도 2000년 "돈을 나누기로 암묵적으로만 합의했어도 복권은 공동소유"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증여세. 거액을 나눈 뒤 주택 등을 구입할 때 세무당국이 돈의 출처가 확실치 않다며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세무사들은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회원들끼리 법인 등록을 하거나 당첨 이전에 계약서를 공증받는 등 받은 돈이 분배소득임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자문을 해주느라 바쁘다.

한편 4일 하루 전국의 복권판매소에서는 2백78억9천만원어치의 로또복권이 팔려 또다시 하루 최고 판매기록을 깼다. 4일까지의 판매액은 5백5억6천만원어치.

김현경 기자 <goodj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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