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덕진 국군증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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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무·국방당국의 끈덕진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외신보도는 줄기차게 1만명의 국군증파설을 전하고 있다. 증파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 두차례의 선거때부터 정부당국이 더이상의 국군증파는 없을것이라고 몇번씩 다짐했으므로 우리는 더 이상의 증파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 오던 터이다.
그러나 이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당국의 누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특히 작년 8월부터서는 그 증파설이 한층 줄기차게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끌지 않을 수 없다. 작년8월미국이 주월미군을 52만5천명선으로 결정했을 때와, 또 현 미국방장관인 「클리포드」씨가 「존슨」대통령의 특사로 내한했을 때 이 국군증파설은 뒤따라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기로는 한국은 국군증파보다도 민간용역단과 군수지원단의 파견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을 뿐, 아직 이렇다할 결정이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최근 또다시 증파설이 고개를 들고있는데 대해 우리로서는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것이다.
특히 「웨스트모얼랜드」주월미군사령관이 미국에 대해서 대량증파를 요구했다는 보도에이어, 또 지난2월28일 월남을 직접 답사한 미합동참모본부의장 「휠러」대장이 「존슨」대통령에게 증파를 건의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그파급이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케 하는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13일 주월국군사령관 채명신중장은 『최소한도 2개연대급의 국군증파가 현시점에서 꼭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만큼 최근의 증파설은 전혀 근거가없는 것도 아니라는 심증을굳게 하는 것이다.
특히 현지사령관인 채중장이 증파를 요구했다는 것은 문제 자체의 실현을 촉진하는 것으로 볼 수있겠고, 또 이문제는 내주 「워싱턴」에서의 한·미합참의장의 회담에서도 논의될것이라는 보도가있어 더욱 우리의 이러한 심증을 굳혀 주고있는것이다.
미군의 대량증파문제는 지금 미국내에서도 정치적또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크게 문제시되고있는 중대문제이다. 따라서 비록 1만명정도의 증파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이문제를 신중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될때가 당도한 것이라고 보이는것이다.
현지사령관인 채중장이 증파를 요구함에 이르러서는 현지위주의 지원이 있어야할 것이지만, 우리가 보다 중대하게 고려하지 않을수 없는것은 한국자체의 안보문제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약4만8천명을 파견하고 있다. 새로이 1만명을 더 파견한다고할 때, 뭐 어려울것이 없지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현금 한국의 내외정세로 보아서는 그것이 이만저만 곤란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내다보아야한다.
미군의 증파문제는 미국에서도 정치적 전략적인 관점에서 문제되고있으나 우리는 차원을달리하여 무엇보다도 그것이 한국내외정세의 긴박화를 촉진시킬것이라는 점에서 중대시되지 않을수없다. 한국은 특히 1·21사태이후 군은 군대로 그방위를 투철히해야하고, 국민은 향군무장이란 자위조치를 강구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군과 국민이 한국의 자체방위라는 문제에 그토록 심각하게 생각한 일도 드물 것이다.
특히 지난날의 국군파월과 더불어 미국은 「브라운」각서를 비롯해서 일련의 대한공약이있었다. 그러나 「브라운」각서의 실천이 그동안 문제되었었다는 사실과 현대장비, 또는 대간첩작전용장비가 문제되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있다. 또 긴박한 사태에 즈음해서 우리의국가이익과 미국의 국가이익이 반드시 일치될수만은 없다는 것도 또한 알수있게 되었다.
우리는 한국의 내외정세에 비추어 현재선이상의 증파가 쉽게 가능하리라고는 결코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이 문제가 실제로 한·미간에 논의된다고 하면 월남전선이외에 한국전선도 아울러 강화해야한다는 긴급한 명제아래 증파보다는 한국전선의 강화라는 문제가 더 중대하게 다루어져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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