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재를 키우자] 6. 도요타 자동차 - 인재는 국경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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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 판매법인의 매니저인 패트릭 션(30)-.그는 지난해 12월 도요타 일본 본사에 있는 교육기관인 도요타 인스티튜트(Toyota Institute)의 글로벌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마친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도요타가 지난해 본사 및 전세계 1백54개국 지사의 임직원 6만7천명 가운데서 선발한 차세대 글로벌 인재 1백80명 중 하나다.

션은 2주의 합숙기간 동안 프랑스.브라질.태국 등 세계 각국에서 모인 90명의 동기생과 함께 조 후지오(張富士夫)도요타 사장 등 16명의 본사 임원들에게서 도요타의 독특한 경영철학인 '도요타 방식(Toyota Way)'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웠다.

도요타 인스티튜트는 2001년 "전 세계에 있는 인재의 육성에 책임을 지겠다"는 조 사장의 방침에 따라 설립됐으며, 사장이 학장을 겸하고 있다.

션은 또 수업이 끝나면 동기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도요타 방식을 지역마다 다른 경영환경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토론하며 보고서를 작성한 것도 큰 경험으로 꼽았다.

도요타 영국 지사의 사원인 존 글렌(25)과 매일 저녁 2시간씩 일본어 공부도 했다. 수업도 알찼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들이 도요타 인재들만을 위해 첨단 경영이론과 사례를 중심으로 만든'맞춤 강의'여서다.

션은 "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고 해서 당장 연봉이 올라간다거나 처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본사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노시타 미쓰오(木下光男)도요타 인사담당 상무는 "21세기 도요타 인재육성의 포인트는 글로벌화"라며 "전세계 도요타 직원이 '도요타 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동일한 이념과 가치관 아래서 일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핵심 인재로 뽑히지 않은 임직원들의 부정적 반응도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런 것을 지나치게 걱정하면 최고의 경영자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해 이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도입했다"고 밝혔다.

◇인재는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육성=도요타는 그동안 세계 3위의 자동차 메이커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일본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런 도요타가 글로벌 핵심인재 육성에 나선 것은 해외 생산.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도요타는 자동차 생산의 3분의 1, 판매의 3분의 2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해외 근무 종업원만도 5만명에 이르러 글로벌 인재의 체계적 육성.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이와 관련, 쓰즈키 미쓰노리(續滿紀)글로벌 인사부 매니저는 "인사를 글로벌화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반성 때문"이라며 "현지에서 채용된 우수한 인재들에게 도요타 기업철학을 가르치기 위해 2002년 1월 도요타 인스티튜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노시타 상무도 "글로벌화와 경쟁구조 및 기술등 외부환경의 급변으로 차세대 인재의 육성.강화가 회사의 핵심전략이 됐다"고 설명했다.

도요타 인스티튜트에는 글로벌 리더 육성 프로그램(Global Leadership School)과 중간 관리자 육성 프로그램(Middle Management Development School)이 운영되고 있다. 글로벌 리더 육성 프로그램은 고급.중급.초급 간부 개발 과정의 3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년 부사장급 이상의 추천을 받아 선발된 1백80명(본사 90명,해외법인 90명)이 교육 대상이다.

도요타는 또 세계적으로 3백개의 주요 직책을 정해 차기 후보자를 미리 추려놓고 관리하는 '글로벌 승계 계획'도 시행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매년 조정되며, 외국인은 임원 이상, 일본인은 부장급 이상으로 국한돼 있다.

미쓰노리 매니저는 "글로벌 리더 육성 프로그램과 글로벌 승계 계획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며 "간부 후보들이 전 세계 생산.판매 현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후배 양성은 간부의 의무=도요타는 지난해부터 과장급의 인사고과 점수를 매길 때 부하지도 항목을 넣었으며, 비중도 40%로 잡았다. 종전 인사고과는 전문성과 관리능력이 각각 50%였다.

그러다 보니 간부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매달려, 후배를 키우는 데 소홀해지는 문제가 생겨 아예 전문성을 20%로 줄이고 대신 부하 지도등 관리능력을 80%로 늘렸다. 이 때문에 도요타 본사 과장들은 부하의 능력개발과 지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도요타 본사 홍보실의 다나카(田中雄二.48)과장은 부하 직원인 사토(佐藤惠子.28.여)씨와 다카하시(高橋康浩.34)씨의 업무를 지도하기 위해 야간 스터디까지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토씨도 "모든 과장급들은 이제 좋은 인재를 많이 발굴 양성하는 것이 곧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 받게 되었다"며 "과장은 개인교습을 맡은 선생과도 같다"고 했다. 기노시타 상무는 "도요타에서 말하는 '기능'이란 단지 '작업에 대한 숙련'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며 후계자 육성.후배 지도등 '사람을 만드는 힘'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도요타시(일 나고야)=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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