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 입산금지|빼앗긴 "주말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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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5일 서울시경이 느닷없이 내린 서울근교의 북한, 도봉, 수낙, 불암산의 입산금지조치는 20여만으로 추산되는 산악인과 각급산악회에 심한 충격을 주었다. 대한산악연맹은 산하단체로부터 쇄도하는 질문에 진땀을 빼고 한국산악회는 이사회를 소집, 이문제를 논의했으나 일단 주시키로만 의사를 모았을 뿐이다.
시경이 내린 입산금지구역은 시내에서 8킬로 내외의 가장 알맞은「하이킹·코스」로서 산악운동이 도입된 지난 40년이래 사랑받은 산악인의 도장이며 시민의 공원이기도했던 곳.
능선과 계곡이 수려하여 피로에 지친 시민의 유일한 휴식처 구실을 해왔고 암장이 좋아 해외원정을 꿈꾸는 본격파 「알피니스트」들의 훌륭한 훈련장으로서 이를 찾아 내한한 외국의 산악인조차 입을 모아 서울의 산악인들이 부럽다고할 정도의「코스」가 50여개소나 있는곳이다.
당국이 간첩작전을 위하여 입산금지조치를 내린 5일이후 산악인들은 한결같이 이같은 조치를 경솔한짓이라고 불평을 털어놓고 산악인들이 언제 당국의 간첩작전에 지장을 줄만큼 지각없는 짓이라도 했는가고반문하고있다.
7일에 열린 대한산악연맹 임시이사회는 산악회로서의 구제책을 위하여 ①대표적인 산악단체가 발급하는 입산증을 당국이 인정, 입산토록 해줄수있는가 ②입산금지를 전면해제하고 만약의 경우(긴급작전이 있을때) 「헬리콥터」가 산위에 떠서 흰깃발을 흔들면 긴급하산한다든가하는 약속을 상호가 지키도록 할수있는가 ③등산복의 웃옷만이라도 눈에 띄는 색깔(횐옷등)로 통일, 군·경이 곧 간첩과 구별할수있게하여 입산을 허가할수는 없는가등의 문젯점을 당국에 제시, 작전에 최대한 협조하면서 등산할수있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이번 입산금지조치는 산을 공백으로 비워둠으로써 산악인이 온산을 메웠을때보다 간첩을 더 빨리 발견할수 있으리라는것이라면 산악인들의 고발정신 내지는 반공의식까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산악인들간에 일고있는실정. 산을빼앗긴 산악인들은 주말을 맞아 이래저래 분노와 이제 어디로 갈것이냐는 걱정이 태산같다.
이번조치는 겨우 남은 산같은산이란 관악산뿐, 식수와 한정「코스」교통편등으로 인하여 20만 산악인구를 수용하기에는 너무 답답한 곳이며 따라서 이런혼잡을 틈탄각종의 범죄(노상강도등)까지 격증할것이 예상된다고 산악인들은 못마땅해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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